현대자동차가 내수시장에서 '안티 현대차' 분위기를 잠재우기 위해 고객과 소통을 강조하는 등 이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17일 현대차 노조에 따르면 윤갑한 현대차 사장은 지난주 열린 3차 임단협 교섭에서 내수시장 동향을 설명하며 “노사공동의 노력으로 안티 현대차 탈피를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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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충호 현대차 사장이 지난 3월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본사 사옥에서 열린 47차 정기주주총회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
내수시장에서 현대차가 위기를 겪고 있는 원인으로 국내 소비자 사이에서 널리 퍼져 있는 안티 현대차 여론을 꼽은 것이다.
현대차 내부에서도 안티 현대차 분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서 신차 출시나 36개월 무이자할부 등의 가격정책만으로 내수시장 점유율을 지키는 데 역부족이라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현대차의 태도 변화를 잘 보여준 것은 5월 말 있었던 신형 투싼의 급발진 의심 사고에 대처하는 방식이었다.
현대차는 당시 이례적으로 발빠르게 대처했다.
현대차는 사고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공식 블로그에 공식입장을 밝혔다. 현대차는 운전자와 가족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한 뒤 수사에 최선을 다해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해 결과가 발표되기 전에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는 그동안 사고원인이 밝혀지기 전까지 매번 ‘모르쇠’로 일관해 비난을 받았다.
현대차는 고객과 소통도 늘리고 있다.
김충호 현대차 사장은 지난 4월 열린 서울모터쇼에서 “현대차는 앞으로 고객과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함께하는 기업, 고객에게 사랑과 신뢰를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며 “그러기 위해 모든 임직원들이 더 낮은 자세로 더 많이 듣고 문제가 생기면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며 오해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모습은 김충호 사장이 지난해 3월 “안티 현대차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노조가 주된 원인”이라고 대답했던 것과 사뭇 다른 것이다.
현대차의 달라진 분위기는 현대차 안팎에서 진행되는 여러 활동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현대차는 지난 3월 일부 제네시스 차량에 장착된 타이어에 대해 소음과 진동 등의 불만이 제기되자 4만3천 대를 대상으로 타이어를 무상교체하기로 했다.
제네시스 동호회를 중심으로 불만이 계속 나오자 자체조사를 벌인 뒤 타이어 무상교체를 결정한 것이다.
현대차는 지난 4월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 회원 40명을 대상으로 7단 듀얼클러치변속기(DCT)가 장착된 차량을 시승하는 행사도 열었다. 시승이 끝난 뒤 현대차의 변속기 담당 연구원이 직접 7단 DCT에 대해 설명하고 질문에 답하는 시간도 이어졌다.
보배드림은 국내에서 가장 큰 자동차 커뮤니티로 현대차에 대해 부정적 글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다. 이날 시승회는 현대차가 보배드림 회원들에게 먼저 제안해 열렸다.
현대차는 이달 초에도 20여 명의 블로거를 초청해 소통에 대해 이야기도 나눴다. 이 자리에 류창승 현대차 국내커뮤니케이션실 이사 등이 참석해 “앞으로 회사를 대표하는 경영진이 직접 나서서 소통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또 공식 블로그에 ‘오해와 진실’이라는 게시판을 만들어 그동안 국내 소비자들이 궁금해 하던 문제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게시판에 ‘현대차가 말한다’라는 제목으로 4개의 글이 올라와 있다. 4개의 글 모두 현대차가 내수용과 수출용에 사용하는 자동차강판을 달리 해 내수용이 더 약하다는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대차는 앞으로도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잘못 알려졌던 여러 사안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소통하는 기회를 확대하려고 한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도 고객과 소통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정 부회장의 지시로 지난해 10월 국내영업본부 안에 소비자전담 조직인 국내커뮤니케이션실이 신설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