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보험설계사 모집수수료 개편을 놓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금융위가 추진하는 보험설계사 모집수수료 개편안이 보험업계의 강한 반발을 불러 올 수 있는 사안인 만큼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융위에 따르면 보험설계사 모집수수료 개편을 위한 보험업 감독규정 개정안이 연기됐다.  

이번 개정안은 원래 25일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8월1일로 발표가 일주일 미뤄졌다.

법인보험대리점(GA)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업계의 반발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는 개정안 발표를 앞둔 23일 금융감독원, 생보협회, 손보협회, 보험대리점협회 등 임원과 함께 보험업 감독규정 개정안의 방향을 놓고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법인보험대리점 업계는 금융위가 마련한 개정안이 형평에 어긋난다며 강한 반대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법인보험대리점 대표단은 22일에 금융위 관계자들과 별도의 조찬 간담회를 열고 법인보험대리점 업계의 주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금융위가 마련한 보험업 감독규정 개정안은 보험사가 보험설계사에 지급하는 계약 첫해 수수료를 연간 납입 보험료 미만으로 제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같은 보험상품을 판매했다면 보험사가 보험대리점에 지급하는 수수료도 동일하도록 했다.  

법인보험대리점 업계는 특히 같은 보험상품의 판매를 놓고 보험사가 법인이나 개인인 보험대리점 여부에 관계없이 같은 수수료 지급하도록 제한하는 점을 놓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가 보험상품 판매 대가로 보험대리점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법인보험대리점인지 개인보험대리점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같은 액수가 지급된다면 법인보험대리점에 명백하게 불리하다”며 “법인보험대리점 업계는 보험사가 지급하는 수수료를 제한한다면 별도의 운영비용 지급을 인정해 달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사는 보험모집을 위탁한 보험대리점 등에 보험판매의 대가로 수수료를 지급한다.

법인인 보험대리점은 소속 보험설계사가 보험사로부터 받은 수수료 가운데 일부를 법인의 사업비로 사용하고 있다. 보험사도 법인보험대리점에는 사정을 고려해 개인 보험설계사보다 많은 수수료를 지급해 왔다.

보험대리점협회에 따르면 500인 이상 대형 법인보험대리점은 보험설계사가 보험사로부터 받는 수수료 가운데 73.8%를 보험설계사에게 지급하고 26.2%는 법인 운영비로 사용하고 있다.

보험사가 수수료로 100만 원을 지급한다면 실제 법인보험대리점 소속 보험설계사에게는 73만8천 원이 지급되고 나머지 26만2천 원은 법인보험대리점의 운영비로 쓰인다는 뜻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업 감독규정 개정안의 다른 주요 내용인 보험계약 첫 해 수수료 비중을 낮추는 내용까지 함께 시행되면 법인보험대리점의 운영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첫 해 수수료 비중 제한과 관련해서는 개정안의 시행시기를 놓고 3년 이상의 유예기간이 필요하다고 금융위에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다만 보험업 감독규정 개정안은 보험사에는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이 알려진 대로 실시되면 보험사가 지급하는 같은 액수의 수수료에서 법인 운영비를 뺀 나머지를 지급받는 법인보험대리점 소속 보험설계사보다 보험사의 전속 보험설계사가 받는 실제 수수료가 높아질 것”이라며 “보험사로서는 수수료 지급 부담이 줄어드는 데다 전속 설계사조직의 처우 문제에서도 상대적으로 여유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