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서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계란으로 바위를 깨기가 쉽지 않지만 바위를 더럽힐 수는 있듯이 소액주주들의 움직임은 이제 대주주들을 긴장시킬 정도로 존재감이 커졌다.
팬오션 변경회생계획안이 12일 관계인 집회를 통과함에 따라 변경회생계획안에 반대하며 하림그룹의 팬오션 인수를 저지하려 했던 소액주주들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번 하림그룹의 팬오션 인수과정에서도 '개미'들의 힘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 확인됐다.
하림그룹의 이번 팬오션 인수에서 드러났듯 최근 소액주주들이 적극적으로 주주의 권리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상장폐지를 추진하고 있는 도레이케미칼은 소액주주들이 이영관 대표 등의 해임을 요구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일본 도레이첨단소재가 도레이케미칼의 상장폐지를 추진하자 기술과 자본을 빼가는 '먹튀'라고 규정하면서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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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둘러싼 삼성그룹과 엘리엇매니지먼트의 대결에서 삼성물산 소액주주들도 싸움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미국계 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 편에 서서 삼성물산의 합병이 주주가치를 훼손했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삼성물산 소액주주연대’ 카페에 따르면 7월 17일 삼성물산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엘리엇매니지먼트에 주주권리를 위임하겠다는 소액주주들이 시간이 갈수록 늘고 있다. 11일 오후까지 위임결의를 밝힌 주식만 삼성물산 발행주식의 약 0.43%에 해당하는 67만 주를 넘어섰다.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의 이런 움직임이 앞으로 삼성물산과 엘리엇매니지먼트로 대표되는 세대결에서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소액주주들이 엘리엇매니지먼트 편에 선다고 하더라도 지분률 면에서 힘이 미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지분상의 숫자나 주총결과 등과 관계없이 소액주주들의 힘을 결코 무시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소액주주들이 목소리를 내고 세력을 결집하는 과정에서 기업경영은 물론이고 기업윤리까지 사회적 이슈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팬오션 소액주주들만 해도 카페 안에 ‘하림관련 불매운동’이나 ‘하림 김홍국회장에게’ 등 하위 게시판을 열어놓았다. 하림 닭고기 불매운동을 촉구하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닭고기를 유통시켜 적발됐다는 등의 과거 기사들까지 올라와 있다.
‘삼성물산 소액주주연대’ 카페 역시 마찬가지다. 최대 관심은 합병 관련 주주들의 이익이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그룹 오너경영에 대한 비판과 문제제기를 담은 글도 끊이지 않고 올라온다.
“삼성물산은 이재용의 개인 회사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삼성그룹의 소유물도 아니다. 삼성이 15% 정도의 영향력만 미치는 별개의 회사인 것이다. 부동산에서 정당한 대금을 치르고 등기를 한 사람이 그 재산의 소유자이듯 삼성물산은 정당하게 시장에서 대금을 치르고 그 소유권을 획득한 주주들의 소유물이다.”
삼성물산의 한 소액주주가 올린 글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