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중소기업에서 생산하는 불화수소를 대기업에서 사들일 수 있는지를 놓고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엇갈린 의견을 내놓았다.
박 장관은 1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 강연에서 “중소기업도 불화수소를 만들 수 있다”며 “대기업이 중소기업 제품을 안 사주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서 각각 강연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
불화수소는 일본에서 한국 대상으로 수출규제를 강화한 품목 3개에 포함된다. 국내 중소기업 일부도 불화수소를 만들고 있지만 대기업 대다수는 일본에서 불화수소를 사들여 왔다.
박 장관은 “이런 위기일수록 대기업을 중소기업과 연결해 (기술) 독립을 해야 한다”며 “국내 중소기업 가운데 핵심역량을 갖춘 기업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중기부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벤처기업을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방침도 내놓았다.
최 회장은 박 장관의 강연 직후 기자들에게 “국내 중소기업도 불화수소를 만들지만 문제는 품질”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불화수소는 반도체 공정마다 필요한 분자의 크기가 다르다”며 “공정에 맞는 불화수소가 나와야 하는데 (국내 중소기업은) 그런 세부적 수준에 아직 못 들어갔다”고 말했다.
국내 중소기업에서 만든 불화수소는 일본과 비교해 순도가 낮고 제품 종류와 크기도 달라 반도체에 적용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최 회장은 일본의 수출규제 대책을 질문받자 “(정부와 기업이) 각자 위치에서 맡은 바를 천천히 잘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그는 “우리 나름대로 (일본 소재기업에게) 도움을 주고 일본에게도 필요한 도움을 받는 쪽으로 상생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일본에 갈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최 회장의 말을 접한 뒤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첫 술에 배부를 수 있을까”라며 “20년 전부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연구개발에 함께 투자하면서 서로 밀어주고 끌어줬다면 지금 상황은 어땠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며 “모든 일에는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고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실패의 원인을 분석해 연마해야 세계 정상에 오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