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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치훈·김신 삼성물산 사장 |
삼성물산이 자사주를 KCC에 넘겨 제일모직과 합병안에 대한 표대결 준비에 들어가면서 엘리엣매니지먼트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이 앞으로 주주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어떤 방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삼성물산 임시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주주가 11일 확정됐다. 삼성물산은 12일부터 16일까지 주주명부폐쇄를 진행한다.
삼성물산은 주주명부폐쇄를 앞두고 자사주 5.76%를 KCC에 매각해 의결권을 되살리고 우호세력을 확보했다.
이로써 삼성물산이 확보한 지분은 19.78%가 됐다. 전문가들은 삼성물산이 표대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삼성물산으로서 안심할 수 없다. 주총에서 확실한 우군을 늘리는 것은 물론이고 엘리엇매니지먼트와 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기존주주들을 포섭해야 한다.
삼성물산이 주주들을 설득하기 가장 손쉬운 방법은 배당확대이다. 합병비율을 재산정하게 되거나 과도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합병비용이 늘어나는 것보다 배당을 늘려서 주주들을 달래는 것이 삼성물산 입장에서 나은 선택일 수 있다.
애플의 경우 행동주의 투자자인 칼 아이칸이 애플 주가가 저평가됐다며 애플이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현금을 주주에게 환원하라고 압박하자 주주친화 정책을 강화했다.
애플은 주주들의 의견을 반영해 2017년까지 배당 600억 달러와 자사주 매입 1400억 달러 등 2천억 원을 주주친화정책에 사용하기로 했다.
삼성물산도 애플과 비슷한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물산의 배당성향은 2010년 15.58%에서 지난해 28.03%로 늘었지만 해외기업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주장에 마음이 기울어진 외국인 투자자들을 만족시키려면 배당성향을 적어도 독일(38.92%)이나 미국(35.87%), 홍콩(37.18%)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배당성향을 높일 경우 국민연금 등 주주들이 합병안에 찬성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하게 된다. 국민연금은 국내투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기업들에게 배당확대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이 거버넌스위원회 신설 등 주주권익 보호를 위한 또 다른 대책 마련에 나설 수도 있다. 거버넌스위원회를 만들면 주주들과 소통을 확대해 경영상 주요결정에 대한 반발을 줄일 수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올해 주총에서 지난해 한전부지 고가매입으로 주주가치가 훼손됐다는 지적을 받고 거버넌스위원회 설치를 검토하기로 했다. 우리나라 기업 중 거버넌스위원회를 만든 곳은 현대차가 최초다.
박유경 네덜란드연기금(APG) 아시아지배구조 담당이사는 당시 현대차 주총에서 “사외이사와 주주들이 정기적으로 만나는 거버넌스위원회를 설치해 경영계획을 주주입장에서 검토하게 해 줄 것”을 요구했다.
박 이사는 삼성물산 합병안에 대해서도 부정적 의견을 내고 있다. 박 이사는 “합병취지는 존중하나 합병비율이 문제”라며 “현재 합병비율에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이사는 “해외 투자자들이 특별한 행동을 계획하지 않고 있지만 우리나라 기업의 지배구조와 관련된 이번 사안을 관심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만큼 삼성물산이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합병이 실패하면 삼성그룹이 진행하는 모든 지배구조 개편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며 “삼성이 기존주주의 마음을 얻기 위해 과잉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최치훈 사장과 김신 사장이 국내외 투자자들과 접촉해 합병안을 설득하고 있다”며 “회사도 주주와 소통을 늘릴 방안을 모색중”이라고 말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추가지분을 확보할지도 주목된다. 다음달 열릴 임시주총에서 표대결을 펼칠 경우 삼성물산이 이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이미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할 수 있는 지분 요건인 3%가 넘게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곧 언제든 임시주총을 소집해 주주제안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경우 삼성물산은 더 큰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면 경영권 참여가 한층 유리할 것”이라며 “엘리엇매니지먼트 지분율이 10% 이상 되면 회사 해산청구권과 정리개시 청구권 등 권한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4일 지분취득 공시를 했기 때문에 자본시장법에 따라 5거래일 동안 지분을 추가로 취득할 수 없는 냉각기간을 보냈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추가지분 매수에 나설 수 있는 것은 12일부터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