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가 그룹 부동산금융사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매트릭스조직보다는 ‘협의체’ 형태로 꾸리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상대적으로 구속력이 느슨하지만 각 계열사의 부동산 관련 사업의 성격이 달라 다른 매트릭스사업조직처럼 단일 사업부문으로 묶기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15일 신한금융지주에 따르면 7월 말까지 그룹 부동산금융사업을 총괄할 컨트롤타워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막바지 논의를 하고 했다.
부동산신탁사인 아시아신탁을 4월에 자회사로 편입하는 작업을 마무리한 만큼 부동산금융부문에서도 하나의 신한(One Shinhan)’ 전략을 펼치기 위한 준비작업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초부터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고 외부 컨설팅 및 내부논의를 진행하며 부동산금융부문에서 계열사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기존에 부동산금융부문에 매트릭스 조직체계를 꾸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신한금융지주는 ‘협의체’를 꾸리는 형태로 가닥을 잡았다. 실무진을 중심으로 각 현안별로 사업 진행상황과 해결방안 등을 수시로 논의하는 방식이다.
매트릭스조직이 사업부문장을 두고 인사 및 사업을 총괄하는 것과 달리 협의체는 상대적으로 지주가 그룹의 사업 전반을 총괄하는 느슨한 형태의 컨트롤타워다.
신한금융그룹은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하나의 신한’ 전략에 따라 GIB(투자금융), WM(자산관리), GMS(고유자산운용), 글로벌부문에 각각 매트릭스체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부동산금융사업부문이 매트릭스조직체계가 아닌 협의체 형태로 꾸려지면 현재 디지털부문과 함께 2개 사업부문이 협의체 형태로 운영되게 된다.
각 계열사에 흩어져있는 부동산 관련 사업의 범위가 워낙 넓은 데다 서로 연관성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매트릭스 형태의 단일 사업부문으로 묶기엔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그룹에는 부동산신탁사인 아시아신탁과 부동산자산관리사인 신한리츠운용, GIB사업부문의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신한은행의 신탁본부 등이 각각 사업영역에서 영업하고 있다.
같은 사업을 계열사들이 나눠하고 있는 투자금융, 자산관리, 글로벌, 퇴직연금 등과는 달리 부동산금융이라는 이름으로 묶여있지만 성격이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감안해 각 사업영역의 고유한 특성을 살리면서도 그룹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지주 차원에서 통합관리하겠다는 의도다.
디지털부문을 구속력이 강한 매트릭스체계가 아닌 협의체 형태로 둔 이유 역시 디지털의 범위가 광범위하고 각 계열사에 맞는 디지털전략이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또 신한금융지주가 매트릭스체계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뒤 매년 새 사업부문이 매트릭스체계로 꾸려지고 있다는 점도 부동산금융 컨트롤타워를 ‘협의체’로 가닥을 잡은 이유로 꼽힌다.
조 회장은 2017년 6월 GIB사업부문과 WM사업부문, 글로벌사업부문을 출범한 뒤 2018년 9월 GMS사업부문을, 2019년 6월에는 퇴직연금사업부문을 각각 발족했다.
그룹 매트릭스조직이 꾸려지면 지주는 물론 계열사의 조직개편과 인사이동, 성과평가지표 개발 등 추가적으로 이뤄져야하는 후속작업이 만만치 않은 만큼 그룹 전체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각 사업부문장들이 주요 계열사 CEO(최고경영자)와 어깨를 나란히 해 매트릭스 수가 증가하는 만큼 그룹 CEO급 인사 수도 늘어나는 현상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신한금융그룹이 부동산금융을 ‘협의체’ 형태로 총괄하더라도 기존에 세웠던 계획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은 부동산 투자처 발굴부터 개발, 부동산 임대, 부동산 간접투자상품 등으로 이어지는 부동산금융 종합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룹 수수료 수익규모를 불리고 부동산 개발사업권이나 금융주선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협업체계를 바탕으로 더 유리한 위치에 서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매트릭스조직과 비교해 구속력이 상대적으로 덜한 만큼 전체적 사업을 이끌고 갈 추진력이 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책임소재와 성과분배가 상대적으로 불분명해 계열사 협업이 매트릭스 조직만큼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구체적 윤곽은 아직 명확하게 정해진 바 없다”며 “지주 컨트롤타워의 업무범위를 놓고 각 계열사가 다루는 것이 유리할지 지주 차원에서 사업영역을 확대해 다룰 것인지 등을 놓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