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확산되면서 경제에 예상보다 길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배민준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8일 ‘메르스 확산으로 경기둔화 리스크 방역도 시급’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메르스 사태로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소비회복의 흐름이 꺾였다는 점에서 올해 하반기 이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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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르스 확진환자가 87명으로 늘어난 8일 서울 제2롯데월드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
배 연구원은 메르스가 2002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이나 2009년 신종플루보다 우리나라 경제에 더 오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메르스가 국내에서 확산되는 속도가 빠르며 현재 치료제가 없다는 점도 두려움으로 투자와 소비심리 위축에 영향을 주고 있다.
배 연구원은 “조금이나마 개선되던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메르스로 다시 위축될 수 있다”며 “이 경우 취약한 우리나라 경제여건을 감안하면 소비를 다시 확대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상재 유진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이날 “메르스 사태가 경제에 일시적 충격을 주는 단계를 넘어 점차 내생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팀장은 메르스 때문에 특히 관광사업의 수익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사스와 신종플루가 퍼졌을 때도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소비지출이 이전보다 급감했다는 것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2만600명의 외국인이 한국방문을 취소했다. 특히 우리나라 관광업계에서 비중이 높은 중국과 대만 등 중화권 여행객이 취소물량의 85%를 차지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르스와 주식시장은 양쪽 모두 앞으로 2~3주가 최대고비라고 판단된다”며 “이 시기를 잘 넘긴다면 오히려 빠르게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상재 팀장도 “메르스는 확산사태가 조기에 진정될 경우 단기적 충격이 크지만 지속성이 약하며 사태가 진정될 경우 수요가 크게 확대될 수 있는 마찰적 충격요인으로 성립될 수 있다”며 “메르스 사태가 조기에 진정되는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 정부가 기준금리 인하 등의 적극적 대응책을 펼쳐야 메르스의 악영향을 빨리 떨쳐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배민근 연구원은 “메르스 사태의 직접 영향권에 있는 업종의 상황을 주시하면서 필요할 때마다 신속하게 지원해야 한다”며 “거시경제정책 가운데 기준금리 추가인하를 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배 연구원은 “금융완화정책은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해 시급한 대응이 필요할 때는 재정을 조기에 집행하거나 추가로 집행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