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이 다가올수록 보험회사들의 자본확충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래에셋생명만 홀로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새 국제회계기준은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것으로 2022년 도입을 앞두고 있다. 현재 ‘매출’로 처리하고 있는 저축성보험 등이 ‘부채’로 잡히게 돼 생명보험사들의 지급여력(RBC)비율이 큰 폭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다만 미래에셋생명은 다른 생명보험사들보다 자본확충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 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래에셋생명은 새 국제회계기준을 앞두고 실시한 부채 적정성평가(LAT)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부채 적정성평가는 보험계약으로 발생할 미래의 현금 유입액과 현금 유출액을 현재 가치로 바꿔 책임준비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하는지 여부를 평가하는 제도다.
부채 적정성평가 잉여금비율이 높을수록 보험사의 건전성이 좋을 뿐 아니라 향후 부채 시가평가에 따른 자본확충 부담도 적다는 것을 뜻한다.
지난해 말 기준 미래에셋생명의 부채 적정성평가 잉여금은 3조37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4815억 원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생명보험사의 부채 적정성평가 잉여금이 46조4천억 원에서 28조 원으로 18조4천억 원 줄었다는 점과 대조적이다.
미래에셋생명은 부채 적정성평가 잉여금비율도 27.04%로 집계됐다. 생명보험사 ‘톱3’로 꼽히는 삼성생명(9.07%), 교보생명(3.53%), 한화생명(1.77%)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래에셋생명은 자본의 추가적 확충 리스크로부터 자유롭다"며 "새 국제회계기준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등 새로운 제도들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미래에셋생명은 다른 생명보험사와 차별화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래에셋생명이 자본확충 부담 없이 여유로울 수 있는 것은 오래 전부터 추진해 온 체질 개선의 결과다.
하 부회장은 2014년부터 ‘투 트랙(Two-Track)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투 트랙 전략은 보장성보험 판매 증대를 통해 고수익을 추구하는 ‘수익성 트랙’과 변액보험과 퇴직연금을 기반으로 안정적 수수료수입을 확보해가는 ‘안정성 트랙’ 두 가지 트랙을 함께 추진해 고수익과 안전성을 모두 잡겠다는 전략을 뜻한다.
하 부회장은 이 전략으로 부채 부담이 큰 저축성보험의 비중을 줄이고 보장성보험의 비중을 대폭 끌어올렸다. 변액보험과 퇴직연금을 기반으로 안정적 수수료수입 기반을 구축해 금리, 증시 등에 따른 이익 변동성을 줄이기도 했다.
투 트랙 전략에 따른 성과는 2018년부터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생명은 2018년 순이익 1066억 원으로 2017년보다 51.8% 줄었다. 다만 2017년 PCA생명 염가매수차익 1812억 원이 반영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172% 증가했다.
미래에셋생명은 "변액보장형 매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보장성보험을 중심으로 한 체질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며 “2018년 전체 신계약 가운데 99%가 보장성보험으로 이뤄져 있다”고 말했다.
하 부회장은 다른 보험회사들이 자본확층으로 분주할 때 미래에셋생명의 강점을 살리는 데 집중해 변액보험, 퇴직연금 등에서 미래에셋생명의 시장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생명보험업계가 이익과 자본 측면에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가운데 미래에셋생명은 오히려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2분기 보험사들의 실적 부진이 예상되지만 미래에셋생명은 양호한 실적을 내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