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검찰을 비롯해 5개국 수사당국의 국제공조를 통해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아들 정한근씨를 21년 만에 붙잡았다.
23일 대검찰청 국제협력단(단장 손영배)에 따르면 에콰도르 내무부가 18일 정씨가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가기 위해 파나마로 출국할 것이라고 한국 검찰에 알려 정씨 검거에 성공했다.
▲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아들 정한근 씨가 22일 오후 국적기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해 입국장을 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자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
정씨의 출국사실을 통보받은 검찰은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 한국지부에 연락해 HSI 파나마지부를 통해 파나마 이민청에 정씨의 수배사실을 통보했다.
파나마 이민청은 18일 파나마 공항에 도착한 정씨를 입국 거부한 뒤 공항 안의 보호소에 구금했다.
정씨를 구금한 파나마 이민청은 현지 한국대사관에 구금사실을 알렸고 정씨의 구금사실을 전달받은 검찰은 법무부와 외교부, 경찰청 등과 협의해 정씨를 브라질과 두바이를 거쳐 국내로 송환하기로 결정했다.
주파나마 한국 영사와 파나마 이민청 직원이 정씨와 함께 파나마에서 브라질로 이동했다. 그 뒤 주브라질 상파울루 한국 영사와 브라질 연방경찰이 브라질에서 두바이로 14시간에 걸쳐 정씨를 이송했다.
검찰은 두바이에 호송팀을 급히 보내 21일 오전 3시55분 두바이에 도착한 정씨를 인도받아 22일 오전 3시35분 대한항공 비행기를 이용해 한국으로 최종 송환했다.
검찰 관계자는 “긴밀한 공조로 정씨를 파나마에서 브라질까지 7시간 비행, 브라질에서 두바이까지 14시간 비행하면서도 순조롭게 송환절차를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1997년 11월 한보그룹 자회사인 동아시아가스가 보유한 루시아석유 주식 매각자금 322억 원을 횡령해 스위스의 비밀 계좌로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그는 1998년 6월 서울중앙지검에서 한차례 조사를 받은 뒤 도주했다.
정씨의 소재를 추적하던 검찰은 2017년 정씨가 미국에 머물고 있다는 측근의 인터뷰가 방송된 일을 계기로 2018년 8월부터 본격적으로 정씨를 찾아 나섰다.
그 과정에서 정씨가 2017년 7월 에콰도르에 입국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에콰도르 법원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지만 ‘범죄인인도 조약’이 체결되지 않아 거부됐다. 검찰은 그 뒤 에콰도르 내무부에 정씨의 강제 추방을 요청했고 에콰도르가 이를 받아들여 정씨의 출국 사실을 미리 알려주기로 약속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