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이노션 상장 과정에서 이노션 지분 140만 주(8%)를 매각한다.
정 부회장은 지분매각을 통해 900억 원대의 현금을 확보하는 동시에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도 피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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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
3일 업계에 따르면 이노션은 2일 한국거래소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냈다.
공모주식은 500만1천 주로 주당 액면가액은 500원, 공모 예정가는 6만4천~7만1천 원이다. 최종공모가는 수요예측을 통해 확정된다.
공모주식 가운데 구주 300만1천 주는 정의선 부회장과 정 부회장의 누나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이 내놓는다. 정의선 부회장이 140만 주를, 정성이 고문이 160만1천 주를 매각한다.
이들 남매가 지분을 매각하면 이노션의 특수관계인 지분은 29.95%로 낮아진다. 정 부회장은 이노션 지분 2%만 보유하게 된다.
공모가가 6만4천 원에 결정되면 정 부회장은 지분매각으로 896억 원을 확보할 수 있다. 7만1천 원에 결정되면 금액은 994억 원으로 늘어난다.
정 부회장은 이 자금을 통해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하거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물려받을 때 내야 할 상속세 재원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의 경영권을 물려받으려면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를 갖추고 있다.
정 부회장은 현재 현대글로비스 지분 23.3%,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 이노션 지분 10%, 기아차 지분 1.7%, 현대위아 지분 1.95%, 현대오토에버 지분 9.47%를 보유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이노션 지분 일부를 팔고 올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하면서 모두 1조 원에 이르는 현금을 확보했다. 이번 이노션 지분 매각이 완료되면 다시 900억 원가량의 현금을 확보하게 된다.
정 부회장이 1조1천억 원으로 확보할 수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은 3일 종가 기준으로 5% 안팎에 그친다.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현대글로비스 지분은 보호예수로 묶여있어 2년 동안 처분할 수 없다. 정 부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 지분 23.3%의 가치는 3일 종가 기준으로 2조 원에 이른다.
정 부회장이 2대주주로 있는 현대엔지니어링 지분도 경영권 승계의 핵심으로 꼽힌다.
정 부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 지분가치를 끌어올려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자금으로 사용할 것으로 증권 전문가들은 관측한다. 이 때문에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주가는 3일 현재 장외시장에서 127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초 처음 100만 원을 넘어 107만5천 원에 거래된 뒤 한 달여 만에 20% 가까이 올랐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시가총액도 9조6461억 원으로 10조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정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엔지니어링 지분가치는 1조1천억 원에 이른다.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이 건재한 만큼 승계를 논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