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은행 등 4대 은행이 '유리천장'을 깨고 여성임원을 늘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4대 은행의 여성임원 비중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어서 해외 연기금 등을 통한 투자유치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9일 은행권에 따르면 4대 은행들은 올해도 여성 임원 비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9일 은행권에 따르면 4대 은행들은 올해도 여성임원 비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4대 은행들은 지난해부터 여성임원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보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3월부터 여성 리더 양성 프로그램인 ‘신한 쉬어로즈’를 운영해오고 있다.
지난해 말 신한은행 임원으로 선임된 왕미화, 조경선 부행장보가 모두 신한 쉬어로즈 1기 출신으로 올해 말 인사에서도 신한 쉬어로즈 출신 여성임원이 나올 수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7일 부점장급 여성인력의 비율을 2022년까지 20%로 늘려 여성임원을 키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KEB하나은행도 여성리더를 배출하기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지주사 출범과 함께 기존 1명이었던 여성임원을 2명으로 늘렸다. 지주사 출범과 함께 양성평등 원칙을 발표한 점을 감안하면 여성임원 숫자가 올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4대 은행의 여성임원 비율은 소폭 높아지는 데 그쳐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 갈 길이 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4대 은행 공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전체 임원 120명 가운데 여성임원은 9명이다.
여성임원 비율은 7.5%로 지난해 1분기 말 5%보다 2.5% 높아지는 데 그쳤다.
은행별로 전체 임원 가운데 여성임원 수를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이 26명 가운데 3명,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이 각각 32명 가운데 2명, 우리은행이 30명 가운데 2명이다.
국내 외국계은행들과 비교하면 4대 은행의 여성임원 비율이 낮다는 점은 더욱 두드러진다.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은 1분기 말 기준으로 여성임원 비율이 각각 38%, 19.4% 수준이다.
4대 은행들의 여성 임원이 대부분 부행장보나 이사급에 머물러 있는 것과 달리 한국씨티은행은 은행의 2인자인 수석부행장도 여성인 유명순 부행장이 맡고 있기도 하다.
4대 은행이 여성임원 비율을 높이는 일은 성차별을 해소하는 차원을 넘어 투자유치 등 실리적 측면에서도 중요해지고 있다.
선진국의 대형 연기금들은 투자기업 선정에 재무적 성과와 함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al), 사회책임(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등을 고려한 ESG평가를 도입하고 있다.
ESG평가의 지배구조 분야에서는 여성의 경영참여를 중요한 평가요소로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의 연기금 가운데 하나인 일본 공적연금(GPIF)의 히로 미즈노 최고투자책임자는 지난해 9월 서울에서 열린 ‘여성 금융인 국제 컨퍼런스’에서 “여성의 경영 참여와 관련된 ESG지표를 투자에 반영하고 있다”며 “ESG 등 성 다양성과 관련된 지표들이 증권시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미국, 일본, 영국 등에서 나타났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4대 은행들의 주가 상승을 위해서도 여성임원 비율을 지금보다 높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노르웨이, 스웨덴 등 연기금 운용규모가 큰 국가들과 미국, 영국 등 대형 펀드가 많은 국가들은 양성 평등의식이 높아 EGS평가를 일본보다 더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며 “여성임원 비율을 높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들의 투자를 유치해 주가를 높이는 데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