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웨이를 상대로 한 미국 정부의 제재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사업에 미칠 영향을 놓고 증권사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공급 중단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사이익을 예상하는 시각도 있지만 스마트폰 수요와 서버 투자 둔화로 반도체업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3일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화웨이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 한국 반도체업계는 단기적으로 수혜를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 연구원은 마이크론과 인텔 등 미국 반도체기업이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기 어려워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중국 고객사의 주문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중국 스마트폰업체에 스마트폰 프로세서 등 시스템반도체와 메모리 공급을 모두 늘릴 기회를 잡을 것으로 예상됐다. SK하이닉스는 모바일 D램과 낸드플래시 공급 확대를 노릴 수 있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도 화웨이가 무역분쟁의 영향에 대비해 메모리반도체를 포함한 주요 부품의 재고를 확보하면서 수요를 크게 늘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무역분쟁 영향으로 IT업황이 전체적으로 크게 침체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수요 감소를 이끌 수 있다는 반론도 힘을 얻고 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화웨이 주도로 점차 개선되고 있는 D램 등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미국의 견제로 다시 둔화할 수 있다"며 "수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바라봤다.
도 연구원은 화웨이 사태로 일부 통신사의 5G 관련된 투자가 위축되고 서버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점도 반도체업황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4월까지만 해도 IT업황 분위기가 괜찮았지만 5월 들어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반도체업황에 이상징후가 발생했다"며 "반도체시장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D램과 낸드플래시 평균가격은 연말까지 계속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를 포함한 미중 무역분쟁의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 지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사업에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승우 연구원은 "화웨이 제재로 한국 반도체기업이 일부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은 분명히 있지만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도 한결 높아진 것이 사실"이라며 "반도체업황 회복을 예상하는 눈높이를 조절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