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2019-06-02 16: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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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산업 규제를 정비하는 내용의 첨단바이오법이 ‘인보사 사태’에 휘말리면서 국회 통과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인보사 사태의 재발을 막으려면 첨단재생바이오법이 제정돼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반면 이 법안 때문에 일부 첨단바이오의약품을 향한 인허가규제가 간소화되면 안 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 유전자치료제 인보사를 만든 코오롱생명과학의 서울 강서구 마곡동로 본사 전경. <연합뉴스>
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살펴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된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제정안(첨단바이오법)’은 첨단재생의료와 첨단바이오의약품의 특성을 고려해 연구개발부터 판매까지 모든 주기의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이 들어갔다.
첨단재생의료는 사람의 신체 구조나 기능을 재생·회복·형성하거나 질병을 치료·예방하기 위해 인체세포를 쓰는 치료를 말한다. 첨단바이오의약품은 세포 배양이나 유전자 재조합 등을 이용해 사람이나 동물의 단백질·호르몬으로 만든 바이오의약품을 뜻한다.
첨단바이오법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바이오의약품 원료인 인체세포를 채취·수입하거나 처리해 공급하는 ‘인체세포 관리업’을 신설하는 내용이 들어갔다. 이 업종의 사업자는 일정 기준을 맞춰 식품의약품안전처장으로부터 첨단재생의료세포처리시설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장기 추적조사를 전담하면서 관련 정보와 기술도 지원하는 첨단바이오의약품 규제과학센터를 설립해야 한다. 줄기세포나 동물 조직, 세포를 포함하는 첨단바이오의약품을 장기 추적조사 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다.
장기 추적조사 대상으로 지정된 바이오의약품이 투여된 환자들의 의료자가 관련 내역을 규제과센터에 등록하면 이를 토대로 중대한 이상사례를 조사하는 방식이다.
이를 고려해 첨단바이오법이 제정되면 인보사 사태와 같은 일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 식약처와 바이오업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인보사는 첨단바이오의약품에 속하는 유전자 치료제라 장기 추적조사 대상으로 지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인보사의 허가 취소가 첨단바이오법 제정에 걸림돌이 되면 안 된다”며 “이 법을 오히려 신속하게 의결해 두 번째나 세 번째 인보사 사태가 나오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의경 식약처장도 4월 말 국회에서 “첨단바이오법에는 식약처가 세포처리시설이나 세포처리관리업을 철저히 관리하는 내용이 들어갔다”며 “(유전자 치료제 대상의) 장기 추적조사도 담겨있는 만큼 인보사 사태를 계기로 첨단바이오법의 입법을 국회가 도와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국회가 인보사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첨단바이오법을 제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첨단바이오법 제정으로 일부 바이오의약품의 인·허가 절차가 지금보다 간소화되면 진행과정에서 인보사 같은 문제를 잡아내기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첨단바이오법에는 환자가 발병 이후 몇 달 만에 사망할 수 있는 질병이나 희귀질환, 생물테러, 감염병 등의 예방과 치료에 쓰이는 첨단바이오의약품을 신속처리 대상으로 지정하는 내용이 들어갔다.
이 첨단바이오의약품이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정부가 개발자의 편의를 맞춰주는 ‘맞춤형 심사’나 다른 의약품보다 먼저 인허가를 심사하는 ‘우선 심사’, 조건부 허가 등의 신속처리를 진행할 수 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정부는 바이오 분야의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첨단바이오법 추진을 당장 멈춰야 한다”며 “이런 규제완화정책이 지속되면 두 번째나 세 번째 인보사 사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반드시 중지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의료 관련 시민단체들의 모임인 무상의료운동본부도 “인보사 사태는 한국의 허술한 바이오의약품 검증 과정을 보여준 사건”이라며 “인허가기간 단축 등의 규제 완화가 정부에서 말하는 글로벌 수준의 규제 합리화인지 스스로 심각하게 되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보사 사태는 코오롱생명과학의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의 주성분이 허가 당시 냈던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 대신 종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신장세포(293유래세포)로 뒤늦게 확인되면서 터졌다. 식약처는 조사 결과 코오롱생명과학이 허위자료를 냈다고 판단해 허가를 취소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