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이 서울패션의 메카로 ‘화려하게’ 변신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동대문에서 옷을 샀다고 하면 '싸구려'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이제 동대문패션은 세계가 주목하는 '서울패션'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동대문은 세련된 서울패션을 엿볼 수 있는 장소로 강남 못지않게 위상이 높아졌다.
동대문 역직구쇼핑몰은 미국 할리우드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을 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의 랜드마크로 떠오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해외명품 브랜드들이 잇따라 패션쇼와 전시회를 열고 있다.
세계 패션업계는 다양한 패션상품을 한 번에 내놓을 수 있는 자체 디자인 능력부터 생산과 유통, 고객 피드백까지 한꺼번에 가능한 동대문의 의류제조시스템을 주목한다.
◆ 동대문패션 인기몰이, 세계로 퍼지다
동대문패션은 글로벌 패션시장에서 하나둘씩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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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대문 역직구 쇼핑몰 스토레츠의 원피스를 입고 연예뉴스 프로그램을 진행한 미국 할리우드 방송인 줄리아나 랜식 |
동대문의류 역직구 온라인쇼핑몰 ‘스토레츠’는 중국, 미국, 유럽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스토레츠는 지난해 4월 문을 열었을 당시 동대문이 아닌 해외 쇼핑몰로 오해를 받을 정도였다.
스토레츠는 동대문에서 자체적으로 패션상품을 만들어 제품 전량을 해외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국제특송으로 배송해 미국에서도 2~3일 이내로 옷을 받을 수 있다.
스토레츠는 해외에서 찾기 힘든 독특한 디자인으로 이미 해외 패션 블로거와 할리우드 연예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하다.
스토레츠는 지난 3월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와 미국 실리콘밸리 빅베이슨캐피탈로부터 10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국내 대형백화점들도 너도나도 동대문의류업체나 동대문 출신 디자이너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서울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해외명품보다 저렴하지만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동대문 의류브랜드를 더욱 다양하게 접하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대문의류업체들은 뛰어난 편집숍을 재빨리 구성할 수 있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이들은 매주 고객들의 반응을 살핀 뒤 전체 제품 가운데 30%를 바꿀 수 있을 정도로 물량 조달능력이 뛰어나다.
‘스타일난다’와 ‘원더플레이스’는 동대문에서 성공한 대표적 편집숍으로 손꼽힌다. 이들은 국내보다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지에서 더 알아주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동대문의류업체 후발주자들도 편집숍을 키우려는 열기가 대단하다. 청바지브랜드 ‘버커루’로 유명한 MK트렌드, 여성의류 ‘SOUP’로 유명한 동광인터내셔날은 편집숍 브랜드를 잇따라 출시했다.
국내에서 유명 디자이너들도 동대문 주변으로 모여들고 있다. 특히 동대문의 대표쇼핑몰 '두타'는 최근 리뉴얼을 마치고 다수의 신진 디자이너 매장을 입점하도록 했다.
동대문은 이번에 열리는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에서 SK네트웍스나 한국패션협회 등 기업들의 면세점 후보지로도 선정되면서 그 가치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서울의 랜드마크 되다
동대문이 서울패션을 대변하는 곳으로 주목받는 데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역할도 크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세계적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세계 최대규모의 3차원 비정형 건축물이다. 2007년 공사를 시작해 지난해 3월 완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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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외관 |
서울시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전통시장과 복합쇼핑몰을 연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고자 한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세워진 지 1년만에 독특한 외관과 다채로운 볼거리로 관광객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서울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뉴욕타임즈 선정 ‘2015년 꼭 가봐야 할 세계명소 52’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1년 동안 837만 명이 방문했다.
동대문 유동인구는 2013년 500만 명, 지난해 600만 명에서 올해 720만 명까지 늘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가 외국인 관광객 3천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이들이 지난해 가장 많이 방문한 지역에서 동대문(55.5%)이 명동(55.1%)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매년 봄과 가을시즌에 '서울패션위크'를 개최해 패션쇼를 연다. 한국의 대표적 디자이너 이건만은 최근 이곳에 한글디자인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동대문패션의 위상도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덕분에 더욱 높아졌다. 세계적 해외명품 브랜드들이 과거 아시아패션의 중심이었던 일본 도쿄보다 서울을 찾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샤넬은 VIP를 대상으로 하는 ‘샤넬 크루즈 컬렉션’ 패션쇼를 열었다. 디올 역시 창립 70주년을 기념해 브랜드 회고전 성격의 대규모 전시회를 열어 세계 각지의 패션 종사자들을 불러모았다.
◆ 동대문 경쟁력을 어떻게 더욱 강화할까
서울시는 동대문을 중국 저가의류시장과 세계적 SPA 브랜드에 맞설 수 있는 글로벌 패션산업의 중심지로 활성화하려고 한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의류 자재조달부터 생산까지 패션산업의 전 단계를 다 갖춘 동대문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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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넬의 수석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 지난 4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샤넬 크루즈 컬렉션'에서 슈퍼주니어 최시원, 소녀시대 윤아와 사진을 찍고 있다. |
서울디자인재단은 12일 동대문패션사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서울디자인재단은 동대문 인근 패션업체들과 봉제업체들을 합쳐 ‘공방형 창조셀(cell)’을 키우기로 했다.
서울디자인재단은 또 2017년까지 ‘패션비즈니스팩토리(FBF)’를 설립해 대학과 패션업체를 연계한 실무형 패션 전문인력을 양성하기로 했다.
패션비즈니스팩토리에서 우수한 디자인이 나올 경우 이들을 창조셀에 바로 투입해 글로벌 유행상품을 빨리 만들어 내겠다는 것이다.
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동대문은 그동안 의류생산 프로세스를 잘 갖췄는데도 네트워크가 만들어지지 않아 고급화 문턱을 넘기 힘들었다”며 “업체별 연계작업을 통해 동대문이 글로벌 패션의 중심으로 더욱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동대문에 쇼핑만 있고 문화나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의 경우 관광객이 쇼핑과 공연, 외식 등을 모두 함께 할 수 있는 거리가 잘 마련돼 있다. 지난해에만 관광객 1200만 명을 모았고 공연티켓 판매로 1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반면 동대문의 경우 국내 패션상품과 화장품 구매가치가 떨어지게 되면 외국인 관광객들이 자주 찾을 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동대문이나 명동 일대는 부동산 가격이 높아 공연장을 확충할 만한 적당한 부지를 찾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남산 근린공원지구에 위치해 있다는 이유로 공연장 건립 규제도 상당히 까다롭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