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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교안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 |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장관에서 총리로 지명됐다.
황 장관이 총리에 오르면 당장 법무부 장관 자리가 비게 된다. 황 장관의 총리지명은 개각을 포함해 정부 안에서 상당한 변화를 예고한다.
내각에서 이뤄질 변화는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총수 부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SK그룹과 CJ그룹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황 장관은 총리 후보자 지명 뒤 일성으로 경제활성화를 꺼내들었다.
황 후보자는 21일 “경제활성화와 민생안정을 이루고 비정상의 정상화 등 나라의 기본을 바로잡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황 후보자는 지난해 9월 “기업인도 요건만 갖춘다면 가석방될 수 있다”고 발언해 기업인 사면론에 불을 지폈다.
황 장관은 “기업인이라고 가석방 대상에서 배제하는 불이익을 주면 안 되지 않느냐”며 수감중인 기업총수들에 대한 선처 가능성을 내비쳤다.
황 장관의 당시 발언에 이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같은 취지의 의견을 내놓아 기업인들의 사면 기대감이 갑자기 높아졌다.
하지만 특혜논란이 확산되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사건으로 재벌 기업인들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면서 기업인 사면은 물 건너가고 말았다.
황 장관은 논란이 커진 이후인 지난해 연말 “정치인과 기업인에 대한 특혜성 사면은 없다는 정부 기조에 변함이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지금도 정기적으로 가석방심사위원회가 열리는데 기업인도 누구나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황 장관은 “불법수익은 모두 환원하는 등 가석방 요건을 충족하고 일자리 창출과 경제 살리기에 공헌해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다면 기회가 주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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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 |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도 “그동안 사면이 힘있는 사람들에 대한 특혜처럼 비춰져 법치주의를 훼손하고 정치에 대한 불신을 야기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 사면을 마음껏 행사하면 안 될 것”이라면서 국민여론에 반하는 특별사면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박 대통령은 당시 공정하고 투명한 사면권 행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재계 인사들은 법조인 출신인 황 장관이 총리직에 오르면 박 대통령의 이런 기조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하고 있다.
황 후보자는 기업인 사면과 관련해 “기업인에 대해 특혜도 없고 불이익도 없다”며 “조건을 갖추고 국민여론이 형성된다면 기업인이라고 불이익을 줄 수 없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황 장관은 “재소자들이 교도소 내에서 번 돈을 자발적으로 기부하면 행형성적에서 가점을 받는다”며 “체육인들은 체육봉사로, 기업인들은 경제살리기로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건이 주어지면 기업인들이 경제살리기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면권은 대통령이, 가석방 권한은 법무부 장관이 갖고 있다. 황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가석방 권한을 쥐고 있었던 반면 총리직에 오를 경우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에도 일정 정도 의견을 낼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황 후보자는 검사시절 ‘공안통’으로 알려졌으나 기업인들에 관해서 친기업적 성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과거 이른바 ‘삼성 X파일’ 관련 수사에서도 삼성그룹 관계자들을 기소하지 않았던 점이 이를 말해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1일 황 후보자의 총리 지명에 즉각 반대하는 입장을 나타내며 그 이유 가운데 하나로 친재벌 성향을 들었다.
경실련은 “검사 재임 당시 안기부 X파일을 폭로한 기자만 기소하고 삼성 인사는 기소하지 않는가 하면 지난해 기업인이라고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된다며 재벌총수에 대한 편법적 가석방을 지지한 친재벌 인사”라고 꼬집었다.
반면 총수가 수감생활을 하고 있거나 재판을 받고 있는 기업들은 공개적으로 내색할 수 없지만 황 후보자의 총리지명에 대해 기대감이 적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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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현 CJ그룹 회장 |
특히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현재 재벌총수로서 최장기록을 세우며 수감생활하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최근 정치권에서 이뤄지는 일련의 변화와 관련해 “기업 입장에서 특별히 언급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니까 정치권에서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SK그룹도 좋은 결정이 나서 기회가 주어지면 나라 경제에 도움이 되는 데 최선을 다 할 생각”이라며 조심스럽게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재현 회장의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CJ그룹 관계자는 "민감한 시기여서 공식적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