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SK이노베이션과 소송전을 벌이면서 퇴직자가 청와대 게시판에 공개적으로 LG화학 내부 사정을 폭로하는 등 갈등양상이 커지고 있다.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으로 전직한 일부 직원들이 LG화학의 기밀정보를 빼돌렸다고 주장하자 LG화학 퇴직자가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을 내는 등 퇴직자와 갈등이 공개적으로 불거졌다.
▲ LG화학 퇴직자가 청와대 국민게시판에 'LG화학의 잘못된 처신에 대하여 호소한다'고 청원을 올렸다.
LG화학 이직자가 2017년 661명이나 되고 직원 평균임금이 SK이노베이션보다 낮다는 등 직원 처우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LG화학의 퇴직자들에 대한 잘못된 처신에 대하여 호소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와서 350명이 동의했다.
청원글은 현재 회사이름이 모두 익명으로 처리 돼있지만 “4월29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미국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제소된 사건”이라며 구체적 상황이 제시돼있다. 게시판 관리자는 ‘본 게시물 일부 내용이 국민청원 요건에 위배되어 관리자에 의해 수정됐다’고 공지했다.
LG화학은 4월 SK이노베이션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LG화학 직원 77명을 채용해 LG화학의 핵심기술을 빼돌렸다고 미국 법원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 제소했다.
LG화학은 미국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 직원들에게 의도적으로 LG화학의 기밀을 횡령해오도록 장려했다”며 “SK이노베이션의 이런 행위들은 고의적이고 강압적이며 야비한 행위로 LG화학의 권리를 의도적으로 무시했고 결과적으로 LG화학에 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LG화학 퇴직자라고 밝힌 청원인은 LG화학이 이번 소송에서 이직자들의 명예를 실추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청원인은 “이직자들을 산업스파이로 묘사하는 부분은 정말 모욕감을 넘어 수치심을 느끼게 하고 있다”며 “수년 동안 같이 동고동락하며 울고 웃던 식구한테까지 이렇게 매도를 해도 되는 것인지 배신감보다 허무감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2018년 3월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LG화학 관계자가 인력유출을 놓고 ‘꼭 필요한 사람들이 나가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퇴사자들의 업무 수준을 폄하했으면서 이번 소송에서는 그들이 핵심인재로 기술을 들고 나갔다고 말을 바꾸는 것은 이중으로 명예를 실추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LG화학은 지금까지 경영이념으로 사람을 중시하는 ‘인화’를 중시해왔다. 경쟁 보다는 화합을 택해 직원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게 배려하는 ‘인화’는 고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경영이념이기도 했다.
하지만 LG화학 직원들이 줄줄이 퇴직하고 퇴직자와 갈등내용이 외부에 가감없이 공개되면서 LG그룹이 강조해온 ‘인화’가 무색해졌다.
퇴직자와 갈등 과정에서 LG화학 직원 평균임금이 SK이노베이션보다 낮은 것으로 알려져 내부에서 직원 처우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과 퇴직자들 간의 분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LG화학은 2017년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 직원 5명을 상대로 ‘전직 금지 가처분신청’을 내고 올해 초 대법원에서 ‘2년 전직금지’ 처분을 받아내기도 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사이 소송은 국제무역위원회가 5월30일 까지 조사개시 결정 여부를 통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무역위원회가 조사개시 결정을 내리고 조사에 들어가면 두 회사 모두 조사를 위해 상대방이 요청하는 관련 증거들을 공개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이 조사결과가 미국 델라웨어주 연방법원의 조사결과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국제무역위원회의 조사개시 결정 여부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에서 1차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석현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