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이 지식재산권(IP) 담보대출을 통해 중소기업대출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대기업이나 가계대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마련할 수 있는 데다 정부의 ‘혁신금융’ 기조와 발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 6일 금융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시중은행들이 기술이나 지식 등 무형의 담보를 바탕으로 하는 지식재산권 담보대출에 뛰어들고 있다. |
6일 금융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시중은행들이 기술이나 지식 등 무형의 담보를 바탕으로 하는 지식재산권 담보대출에 뛰어들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4월 말에 ‘KEB하나 지식재산권 담보대출’을 내놓고 중소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지식재산권을 평가해 이를 바탕으로 하는 하는 대출상품을 선보였다.
우리은행은 한발 앞서 3월에 ‘우리 큐브론-X’를, 신한은행도 4월에 ‘신한 성공두드림 지식재산권 담보대출’을 각각 내놓았다.
KB국민은행은 상반기 안에 지식재산권 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지식재산권이나 매출채권, 기업의 설비 등을 한데 묶어 담보로 잡는 ‘일괄담보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최근 지식재산권 담보대출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최근 가계 및 대기업 대출이 포화상태에 이른 만큼 중소기업대출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대기업들은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데다 시중은행들은 정부 정책으로 가계대출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대출을 늘리려는 이유”라고 말했다.
지난해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의 대기업 대출 규모는 87조2224억 원으로 2017년보다 3.8%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개인사업자대출은 평균 9.9%, 중소기업대출은 평균 8.4%가량 증가했다.
정부는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5%대로 억제한다는 방침을 세우며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은 5.8%로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최근 지식재산권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데다 정부가 강조하는 ‘혁신금융’ 기조에 부합한다는 점도 지식재산권 담보대출의 매력으로 꼽힌다.
혁신금융은 부동산 담보 위주의 가계대출에서 벗어나 동산이나 지식재산권 등 무형의 자산을 위주로 금융 서비스를 활성화하는 작업을 말한다.
정부는 4월부터 기술금융 실적과 별도로 지식재산권 담보대출 실적을 ‘은행 혁신성 평가’에 반영하기로 했다.
그동안 은행들은 대부분 부동산 등 유형의 자산을 담보로 잡고 대출을 내줬던 만큼 기술력이 우수하지만 유형자산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대출을 받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식재산권 담보대출 상품이 증가하면 더욱 많은 중소기업이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금융위원회와 특허청은 4월 ‘2019 지식재산금융 포럼’을 열고 지식재산 기반의 금융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KB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등 시중은행들이 모두 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다만 지식재산권 가치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지식재산권은 대부분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시중은행들이 단독으로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관련 전문기관으로부터 받은 평가를 바탕으로 대출을 내줘야한다.
따라서 지식재산권의 가치를 평가하거나 지식재산권 담보대출 회수 전문기관 등을 세워야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은행들이 정부의 ‘혁신금융’ 기조에 발맞춰 기술력이 우수한 중소기업을 위한 대출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며 “다만 동산담보 대출이나 지식재산권을 담보하는 대출은 부실위험이 큰 만큼 기술평가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