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19-04-17 16:4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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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대기업들이 제품 출시를 놓고 과거와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주력 제품의 출시일정을 확정했다가도 시기를 늦추는 일이 종종 벌어지고 있는데 최상급의 품질을 확보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기업들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 LG전자 'V50 씽큐'.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자동차가 8세대 쏘나타의 출고시기를 다소 늦춘 데 이어 LG전자가 19일로 예정됐던 V50 씽큐의 국내 출시일을 연기했다.
애초 출시시기를 일주일가량 늦추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충분한 준비를 위해 출시일을 5월로 늦추는 방안도 함께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가 이미 갤럭시S10 5G 모델을 국내에 출시해 고객을 끌어모으는 상황에서 LG전자가 제품 출시를 연기한 것은 이례적이다.
과거 같으면 경쟁기업을 따라잡기 위해 서둘러 제품을 내놓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LG전자는 이런 전략을 과감히 포기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10 5G가 출시 이후 불안정한 통신 서비스 등으로 구설수에 오르내리자 관련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막판까지 품질 개선에 힘을 쏟겠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LG전자는 “고객가치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LG V50 씽큐를 구매하는 고객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의 행보는 최근 현대차가 쏘나타 출시 과정에서 보여준 태도와 닮아있다.
현대차는 3월21일 8세대 쏘나타를 정식으로 출시했지만 시승행사 등에서 ‘소음과 진동 등이 심하다’라는 의견이 나온 점을 반영해 차량 생산을 일시 중단했다.
현대차가 노동조합과 생산 문제 협의 등으로 차량 출고를 늦췄던 사례는 있었지만 공식 출시 이후에 자체 판단으로 생산을 중단한 것은 처음이었다.
현대차는 당시 “소음과 진동, 바람소리(풍절음) 등 감성적 품질을 완벽하게 보완하기 위해 출고 전 정밀점검을 강도 높게 진행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 현대자동차 '8세대 쏘나타'.
현대차는 이 조치로 쏘나타를 정식으로 출시한지 19일 만인 8일에서야 첫 차를 고객에게 인도할 수 있었다.
현대차, LG전자와 같은 대기업이 주력 제품의 출시를 늦추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IT기업이나 게임사들은 종종 소프트웨어와 게임 출시를 지연하기도 하지만 공장 가동비용 부담을 져야 하는 제조기업에게는 실적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출시일정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출시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조그만 결함이나 향후 논란이 될 수 있는 문제점들이 내부적으로 발견되더라도 ‘일단 출시부터 해놓고 나중에 대처하자’라는 관행이 제조업계에 있었다. 특히 대기업들은 브랜드를 향한 고객의 ‘무조건적 신뢰’만을 믿고 중대한 결함이 아니면 제품 출시를 강행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대에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사소한 품질 결함이 큰 문제로 번지는 일이 비일비재해지자 대기업들이 초기 품질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완전한 품질을 갖춘 제품을 내놓지 못하면 소비자들에게 곧마로 외면받게 된다는 최근의 시장의 흐름도 대기업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실제로 대기업의 한 임원은 “과거에는 논란이 있더라도 제품을 출시해 놓고 이후 벌어지는 논란에 정면으로 돌파하면서 뚫고 가는 경향이 강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대기업이라는 이름만 앞세워 대충 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제품 출시가 예고됐다 하더라도 사소한 문제까지 잡고 가기 위해 이를 연기하는 일도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