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을 승리로 이끈 박근혜는 선거의 여왕으로 불렸다. |
박근혜 대통령은 자칭타칭 '선거의 여왕'이었다. 그 덕분으로 대통령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연 6월 지방선거에서도 '선거의 여왕'이라는 신화가 다시 힘을 발휘할 것인가?
물론 직접 나설 수는 없다. 대통령 신분으로 선거전에 전면적으로 나서 유권자들에게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에게 다가가 일일이 악수를 하고 시장에 나가 ‘새누리당’을 지지해 달라고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만큼 선거에서의 박 대통령의 역할은 ‘대통령’이란 족쇄 때문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국정운영을 잘 해서 여당 지지도를 높이는 것뿐이지만, 이마저도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이룰 수 있을까?
◆ 선거의 여왕 박근혜
2012년 19대 총선에서 박근혜(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한나라당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충격의 패배를 당하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레임덕으로 휘청휘청하고 있었다. 결국 한나라당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맡겨졌고 박근혜는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변경하고 당 쇄신에 나섰다.
총선은 ‘박근혜의, 박근혜에 의한, 박근혜를 위한 선거’라 불릴 정도로 박근혜의 영향력이 막강했다. 새누리당의 이미지 쇄신은 성공했고, 선거에서 승리했다. 보수층과 중도층을 끌어안은 박 비대위장 덕분이었다.
선거의 여왕으로 떠오른 박근혜는 대세론을 이어가 대통령 후보자 경선에서도 승리했다. 그리고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와 초박빙의 접전을 벌였던 대선에서도 승리하면서, 명실공히 승리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 그러나 대통령은 선거의 여왕이 아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다가올 지방선거에서 그리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다. 이미 지난 4.24 재보궐선거에서 ‘선거의 여왕’ 박근혜의 빈자리를 느끼며 고전한 기억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으로 있는 이상, 더 이상 선거의 여왕 시절처럼 유세현장에 나가 손을 흔들고 미소지으며 여론몰이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지난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 또 “대통령이 뭘 잘 해서 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라고 발언하였다. 이것이 원인이 되어 노 전 대통령은 탄핵심판까지 받게 되었다. 대통령의 선거중립의무를 위반했다는 논란 때문이었다.
노 전 대통령의 경우에서 보듯이 선거에서 대통령 박근혜가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생각보다 적다. 자칫하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오히려 대통령의 역할은 국정 운영을 잘 해 국민들의 지지를 여당에게 몰아주는 것이다. 지방선거는 정권에 대한 민심이 표출되는 상황판이다. 그렇기 때문에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중요하다.
한국갤럽의 주간 정례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대선 1년이 지난 12월 셋째주에 48%이다. 최근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며 어느덧 대선 득표율을 밑돌고 있다.
◆ 박근혜의 이름 이제는 안 통하나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지 않으니 지방 선거에서의 영향력도 예전 같지 않을 전망이다. 새누리당이 자체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방선거 후보군 가운데 친박 계열 후보들의 지지율이 높지 않다. 박 대통령의 영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친박 계열 서병수 의원이다. 서 의원은 부산지역에서 출마 예정이지만 여의도 연구소 조사결과 무소속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시장 후보도 박근혜 후보 비서실장 출신인 이학재 의원과 친박 핵심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물망에 올랐지만, 조사결과에서 송영길 현 시장에 뒤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당내 경선을 통해 선거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후보들의 지명도도 높일 계획이다. 이대로라면 친박 후보들의 경선 승리 가능성은 낮다. 지방 선거에서 비박(非朴)계 후보들이 출마한다면 박 대통령은 선거에서 더 소외될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지 않기에 이름만으로 새누리당에 힘을 실어주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은 ‘선거의 여왕’의 수혜 없이 쉽지 않은 선거를 치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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