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가 미국과 한국 가운데 어디에 ‘세계 최초 5G 상용화 국가’ 타이틀을 부여할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기습작전'으로 한국이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를 시작했음에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왼쪽부터), 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 |
4일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은 서울과 시카고 중 어디에서 5G를 최초로 시작했는지 분명치 않다고 보도했다.
국내 이동통신3사는 과기부의 진두지휘 아래 5G 서비스를 애초에 예정됐던 5일보다 이틀 앞당긴 3일 밤 11시부터 시작했다. 이는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보다 2시간 앞서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버라이즌이 4일에 5G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국내 5G 상용화 일정을 앞당겼다.
5G 단말기와 5G 요금제가 모두 갖춰진 상황에서 5G 서비스 상용화를 버라이즌보다 늦출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고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사들과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이에 공감해 힘을 보탠 것으로 알려졌다.
버리이즌은 당초 4월11일 5G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했으나 세계 최초 타이틀을 한국에 뺏기지 않기 위해서 일정을 일주일 앞당겼다.
버라이즌은 한국 시각으로 4일 새벽 1시에 “5G 스마트폰과 호환되는 '세계 최초'의 상용 5G 네트워크를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고 발표했다.
이렇듯 SK텔레콤·KT·LG유플러스과 버라이즌은 모두 ‘세계 최초’로 5G를 시작했다고 말하고 있다.
시점을 살펴봤을 때 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버라이즌보다 2시간 먼저인 만큼 한국이 세계 최초가 맞다.
하지만 SK텔레콤·KT·LG유플러스은 3일 밤 11시 국내 1호 가입자 개통을 진행했을 뿐이고 버라이즌은 일반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상용화’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생긴다.
국내 이통사들은 3일 5G스마트폰인 ‘갤럭시S10 5G’를 몇 명의 1호 가입자들에게 급히 전달해 밤 11시에 5G 서비스를 개통했다. 일반고객들은 예정대로 5일 오전 0시부터 5G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현재 5G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SK텔레콤 1호 가입자는 엑소(EXO)의 멤버 백현과 카이, 김연아 선수, 페이커 이상혁 선수, 윤성혁 수영선수, SK텔레콤의 31년 장기고객 박재원씨 등 여섯 명이다.
KT는 독도, 울릉도에 5G 네트워크 구축을 담당하는 직원의 아내인 이지은씨가 1호 가입자로 5G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고 LG유플러스에서는 방송인 김민영씨와 남편 카레이서 서주원씨가 첫 가입자다.
이런 관점에서 ‘상용화’에 주목한다면 버라이즌이 세계 최초가 맞다는 말이 나온다.
버라이즌은 현재 시카고와 미니애폴리스 등에서 5G 서비스 가입자를 받고 있다.
▲ 버라이즌은 한국시간 4일 오전 1시부터 '모토Z3'로 5G 가입자를 받고 있다. <버라이즌 홈페이지 캡쳐 화면> |
하지만 버라이즌은 5G 전용 단말기를 쓰지 않았다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버라이즌은 5G 상용화를 서두르기 위해 애초부터 5G 전용 단말기가 아닌 ‘반쪽짜리’ 5G 스마트폰으로 5G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했다. 모토롤라 LTE폰인 ‘모토Z3’에 5G 모뎀인 ‘모토모드’를 끼워 '5G 기능을 하는 LTE폰'에 5G 서비스를 적용한 것이다.
이 때문에 진정한 세계 최초 5G 국가라는 타이틀을 달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