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의 뒤를 잇는 똑똑한 아우 삼형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내부적으로 KB손해보험, KB국민카드, KB증권을 부르는 말이다.
▲ 양종희 K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이사 사장,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 사장. |
이 한 마디에서
양종희 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이사 사장,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 사장 등 세 회사를 이끄는 대표를 향한 윤 회장의 기대가 느껴진다.
그만큼 세 대표의 부담감은 클 수밖에 없다.
2일 증권가 분석을 종합하면 앞으로 KB금융지주의 실적은 은행을 제외한 비은행 계열사에 달려 있다.
KB금융지주는 1분기에 시장의 예상을 살짝 밑도는 순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되는데 KB손해보험을 비롯한 비은행 계열사가 부진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순이익 1위를 신한금융지주에 내줬다. KB증권과 KB손해보험 등 주력 비은행 계열사 실적이 기대에 크게 못 미쳤기 때문이다.
KB손해보험, KB국민카드, KB증권은 KB금융그룹에서 은행의 뒤를 나란히 잇고 있다.
지난해 자산 기준으로는 KB증권(45조993억 원), KB손해보험(34조7856억 원), KB국민카드(20조5291억 원) 순이며, 순이익(지배기업지분) 기준으로는 반대로 KB국민카드(3292억 원), KB손해보험(2623억 원), KB증권(1788억 원) 순이다.
윤 회장이 똑똑한 아우 삼형제라고 부른 데서 알 수 있듯 세 회사에 거는 윤 회장의 기대는 남다르다.
윤 회장은 KB금융지주의 성장동력으로 인수합병과 함께 세 계열사의 경쟁력을 지금보다 한 단계 끌어올리는 일을 꼽고 있다.
이 세 회사는 KB금융그룹 내부에서는 3대 주력 계열사로 대접받고 있지만 모두 업계 1위권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다. 기준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손해보험은 4위, 증권은 5위, 카드는 3위로 본다.
윤 회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이 3개 계열사를 업계 2위권까지 올려놓겠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아 보인다. 보험, 증권, 카드를 둘러싼 경영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탓이다. 세 업권 모두 성장이 정체되면서 경쟁은 점차 치열해지고 있는데 업종 특성상 다른 회사와 차별점을 내세우기도 쉽지 않다.
특히 카드업계는 올해
이동철 사장이 직접 “앞서 경험하지 못했던 가장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벼랑 끝에 내몰려 있다. KB국민카드는 지난해 실적은 선방했지만 올해는 장담하기 어렵다.
윤종규 회장은 취임한 뒤 KB손해보험 인수를 마무리하고 KB증권도 인수해 지금의 KB금융지주를 완성했다. 두 회사 모두 인수 당시 외형은 물론 비은행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외형 성장과 별개로 수익성은 악화되면서 윤 회장의 아쉬움도 클 것으로 보인다.
양종희 사장과
이동철 사장,
박정림 사장이 다음 KB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내부적으로 꼽히고 있는 점 역시 이들의 어깨를 무겁게 할 것으로 보인다.
세 회사의 성적에 따라 차기 회장 후보군에서 더욱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명 모두 윤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다. 1961년~1963년에 태어나 비슷한 시기 KB국민은행에 입사해 비슷한 궤적을 밟았고 과거 KB금융지주나 KB국민은행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박정림 부사장만 2004년 뒤늦게 입사했다..
박 사장은 올해가 KB증권 사장 임기 첫해이고
이동철 사장은 지난해 초 취임해 내년 초 임기가 끝난다. 이제 임기의 반환점을 돌았다.
양종희 사장은 첫 임기를 끝낸 뒤 두 번 연임에 성공했다. 2016년 3월부터 KB손해보험을 이끌고 있다.
윤종규 회장은 틈만 나면 공식석상에서 이 세 회사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윤 회장은 “KB국민은행을 제외하면 1등 계열사가 없다는 말도 있다”며 “KB손해보험, KB국민카드, KB증권 등 똑똑한 삼형제는 확실하게 2등권을 확보하고 1위에 근접해야 하며 그렇게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올해 초 열린 시무식과 지난해 9월 열린 KB금융지주 창립 10주년 기념식에서도 3곳 비은행 계열사는 1위에 근접하는 확실한 2위가 될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