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저평가된 재벌을 향한 인식을 바꾸고 싶다.”
최태원 SK 회장은 최근 포브스아시아와 인터뷰에서 ‘사회적 가치 확산을 위한 노력’의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27일 최 회장은 SK그룹 지주회사 SK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연임에 무난히 성공했지만 SK의 기업가치를 훼손한 이력이 있어 사내이사에 적합하지 않다는 국민연금의 의견을 가볍게 넘기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최 회장은 주주 다수의 지지를 받아 사내이사에 재선임됐다.
최 회장 일가(특수관계인)가 30%가 넘는 SK 지분을 들고 있는 데다 기관투자자는 물론 일반 투자자들도 최 회장에게 우호적 덕분이었다.
하지만 같은 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사내이사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다. 이날 열린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은 국민연금을 포함한 주주 36%의 반대로 부결됐다.
한진그룹 오너 일가는 ‘갑횡포’ 논란으로 큰 물의를 빚은 데다 조 회장은 횡령과 배임죄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한진그룹을 향한 국민들의 반감이 높다.
반면 최 회장은 국민연금의 반대의사 표명에도 주주들의 박수를 받으며 사내이사에 재선임됐다. 재벌의 지배구조를 비판하는 시민단체는 물론 일반주주들 가운데도 그의 재선임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최 회장이 감옥에서 나온 뒤 사회적 가치를 내걸고 보여준 일관된 행보가 시민사회는 물론 일반 주주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최 회장은 특히 재벌들을 향한 인식을 바꾸는 데 역할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거듭 밝히고 있다.
조 회장과 함께 국민연금으로부터 사내이사 재선임 반대의견을 받은 것을 두고 체면을 구겼다는 말이 나오지만 최 회장은 국민연금의 ‘경고 딱지’를 떼기 위해서라도 사회적 가치 구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최근 포브스코리아와의 인터뷰를 통해 국민들의 반기업 정서를 묻는 질문에 "대기업이 비판받는 가장 큰 이유가 '너 혼자만 좋은 것 아니냐'는 것인 만큼 나는 그 부분을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최 회장의 이런 발언은 '다 같이 좋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는 말로 풀이됐다.
실제로 최 회장은 “오래 가는 기업이 되려면 사회적 가치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계열사를 중심으로 사회적 가치 창출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18년 말 최고경영자(CEO) 직속 조직으로 ‘사회적가치추진단’을 꾸리고 환경보호 사업에 앞장서고 있다. 국내 뿐 아니라 중국과 베트남까지 환경보호 프로젝트의 영역을 확대했다.
SK텔레콤은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기술 등 정보통신기술 인프라를 바탕으로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반도체사업에 몸담고 있는 중소기업들과의 동반성장에 골몰하고 있다.
SK에너지는 경쟁사인 GS칼텍스와 함께 주유소를 거점으로 택배사업을 진행한 데 이어 최근에는 전기차 충전소 지원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SK는 한국지배구조원(KCGS)으로부터 ‘2018년 환경·사회·지배구조(ESG)기업’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환경·사회·지배구조상은 한국지배구조원이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상장사 881개의 비재무적 지표를 분석해 선정하는 상이다.
이날 주주총회에서도 장동현 SK 대표이사는 국민연금의 행보를 의식한 듯 SK의 사회적 가치 창출 노력을 강조했다.
장 대표는 “SK는 경제적 가치보다 사회적 가치를 우선해 비즈니스모델의 혁신을 향해 달려 나가고 있다”며 “SK의 노력들이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인 만큼 주주 여러분들의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