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혁신기업을 향한 자금 지원을 늘리기 위해 초대형 투자은행(IB)들의 발행어음 조달한도 제한을 완화하기로 하면서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발행어음 자금유치 경쟁을 치열하게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KB증권의 발행어음 사업인가가 조만간 결정될 수 있다는 점도 경쟁 강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KB증권 로고.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2019년 발행어음시장 규모는 1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의 초대형 투자은행(IB)이 자금 조달을 위해 만기 1년 미만으로 자체 신용에 따라 발행하는 어음이다.
발행어음사업에 진출해 있는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올해 말까지 발행어음 규모를 각각 6조 원, 4조 원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18년 말 기준으로 한국투자증권은 3조7천억 원, NH투자증권은 1조8천억 원가량 발행어음을 판매하면서 빠르게 발행어음을 통한 자금조달 규모를 늘리고 있다.
발행어음시장은 정부정책 변화에 따라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가 중소·중견기업 자금지원에 발행어음을 활용할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금융위가 내놓은 ‘2019 혁신금융 추진방향’에 따르면 초대형 투자은행의 발행어음 조달한도를 산정할 때 혁신·벤처기업 투자금액은 제외한다. 발행어음은 초대형 투자은행 자기자본의 200%까지 발행할 수 있다는 제한이 있다.
중소·중견기업에 투자하고 있던 부분이 조달한도 산정에서 빠지면 그만큼 다른 부분에 투자를 늘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기 때문에 증권사들의 발행어음 한도 자체가 늘어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초대형 투자은행들이 부동산이나 채권 투자 등에 투자할 수 있는 금액도 커지는 셈이기 때문에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의 발행어음 투자자 유치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미 발행어음을 조달한 자본이 중소·중견 업체에 투자되고 있다”며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중소·중견기업에 투자하고 있는 금액만큼 더 발행어음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 유치에 더 신경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발행어음시장에 신규 사업자가 등장한다는 점도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는 예상에 힘을 보탠다.
KB증권이 금융위로부터 발행어음사업을 위한 단기금융업 인가를 기다리고 있으며 상반기 안에 발행어음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KB증권이 발행어음사업을 시작하면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사이에서 발행어음 신규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높은 금리의 특판상품을 출시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보다 늦게 발행어음 시장에 진출한 NH투자증권도 올해 1월 연 5% 적립형 발행어음 특판상품을 내놓은 뒤 2월에도 카카오페이를 통해 연 3.5% 수익률이 적용되는 상품을 출시하는 등 높은 고정 수익률과 새 판매채널을 통해 발행어음 시장을 공략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행어음시장에서 증권사 사이의 금리 경쟁,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발행어음에 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매달 일정 금액을 투자하는 적립식 발행어음은 만기 때 약속된 이자를 주는 상품으로 은행 정기적금과 같은 구조임에도 정기적금보다 높은 금리를 보장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 완화와 발행어음시장에 관한 관심 증가로 발행어음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며 ‘새로 유입되는 투자자를 확보하기 위한 초대형 증권사들의 경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