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금융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등 교보생명 재무적투자자들이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하는 등 투자금 회수를 위해 압박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재무적투자자들의 중재신청은 신 회장을 압박해 보유하고 있는 주식가치를 최대한 높게 인정받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신 회장과 재무적투자자들의 협상 과정에서 지분가치를 두고 평가한 금액이 차이가 크게 났기 때문에 협상만으로는 원하는 금액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재무적투자자들은 신 회장에게 교보생명 지분 24%(492만 주)를 주당 40만9천 원에 다시 사 갈 것을 요구했다. 신 회장이 재무적투자자들의 지분을 되사기 위해서는 2조122억 원을 지불해야 한다.
신 회장은 교보생명 주식가치를 재무적투자자들이 제시한 가격의 절반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2011년 당시 재무적투자자들이 대우인터내셔널로부터 교보생명 주식을 매입한 가격인 주당 24만5천 원을 적용하면 1조2054억 원이 된다.
재무적투자자들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를 두고 양쪽의 평가금액이 최소한 8천억 원가량 차이가 난다. 지금까지 협상에서 조금도 진전을 보지 못한 것은 평가금액의 격차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신 회장으로서는 2조 원가량의 금액을 지불하고 지분을 다시 살 여력이 없기 때문에 자산유동화 증권을 통한 투자금 회수방안 등을 제시했다. 투자금은 회수하게 돕겠으니 새로운 방법을 동원하도록 시간을 더 달라는 요청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제는 중재신청으로 주요 주주 사이의 분쟁이 본격화되고 있어 기업공개 일정마저도 불투명해졌다. 신 회장이 재무적투자자들의 지분을 되사기 위한 자금조달방안이 더 불확실해진 셈이기 때문에 재무적투자자들의 압박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재무적투자자들은 매년 배당수익을 거두면서 조금씩 자금을 회수하고 기업공개를 통해 나머지 전체 투자금 회수를 기대했다.
하지만 교보생명도 새 국제회계기준 적용에 대비해 자본금 확충이 필요했던 만큼 많은 배당을 지급하지 못했다.
올해 교보생명은 순이익이 감소했음에도 주당 5천 원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재무적투자자들이 얻은 배당수익은 246억 원이다. 처음으로 배당성향 20%를 넘겼음에도 배당을 통해 얻은 수익률은 2.04%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신 회장이 교보생명 지분을 상당부분 매각하는 방법을 제외하고는 투자금을 돌려줄 마땅한 방법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 회장은 경영권 방어에 필사적인 반면 재무적투자자들은 교보생명의 경영권이 누구가 쥘지에는 관심이 없다.
재무적투자자들은 중재판정을 통해 신 회장의 지분을 압류해 재무적투자자들이 보유한 주식과 합쳐 매각하는 것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빠른 방안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교보생명의 경영권을 포함해서 교보생명 주식을 매각해야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시장에서 평가되는 교보생명의 주식가치보다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재무적투자자들은 지분 확보로 교보생명의 경영권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교보생명 경영권에 관심이 있는 회사들이 나타나면 투자금 회수가 당장 이뤄져 좋고 경영권을 지키려면 신 회장이 어떠한 방법이라도 강구해 돈을 마련해 올 것이니 신 회장을 벼랑 끝까지 압박해도 괜찮다는 계산을 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재무적투자자들이 중재신청을 한 만큼 중재와 함께 진행될 협상에서 투자금 회수를 위해 신 회장을 더욱 압박할 것”이라며 “신 회장이 재무적투자자들의 지분을 매입해 줄 새로운 투자자를 찾는 것이 교보생명 경영권을 지킬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지만 이마저도 지분 매입가격 때문에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