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호텔사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 등 3세 승계와 맞물려 정 회장이 사업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최근 경기도 화성시 소재 롤링힐스호텔의 토지와 건물 등을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에 현물출자하기로 결정했다. 현물출자 평가금액은 1098억1600만 원이며 신주발행가는 주당 4만9123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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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현대차는 이번 결정으로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의 보통주 223만5528주를 취득하게 되며 지분율 41.9%로 최대주주에 올라선다.
그동안 현대차가 호텔을 소유하고 운영은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가 맡은 형태였는데 이번 현물출자로 소유와 운영의 이원화에 다른 비효율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으로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도 피해갈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대차가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의 지분을 대거 확보하면서 정 회장 등 총수일가 지분은 기존 28%에서 16.3%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상 일감몰아주기 대상은 총수와 친족의 보유 지분이 30%(비상장 20%) 이상인 계열사 가운데 내부거래 비중이 12% 이상이거나 200억 원 이상인 기업이다.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는 비상장계열사로 총수일가 지분이 20% 밑으로 떨어지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벗어난다.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가 맡고 있는 현대차그룹 내 호텔사업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는 2000년 설립됐는데 2009년 들어 흑자로 돌아섰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든든한 지원을 받은 덕분이다.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의 지난해 매출액 637억 원 가운데 170억 원이 현대차를 통해 이룬 매출이다.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은 34.4%나 된다.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는 정 회장의 3녀인 정윤이 전무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안팎에서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 사업 가운데 자동차 등 제조업은 정의선 부회장, 광고사업은 장녀 정성이 고문, 금융사업은 차녀 정명이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부인, 호텔사업은 막내딸 정성이 전무에게 맡길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호텔사업에 크게 힘을 쏟지 않았다. 그러나 정 전무가 호텔사업을 이끌게 되면서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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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윤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전무 |
정 회장이 현대차를 통해 현물출자를 결정한 것도 정 전무를 고려한 다목적 포석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 일가는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지분을 86만8천주 보유하고 있다. 향후 호텔사업이 확대되면 정 회장 일가 보유 지분가치가 높아지는 효과도 누릴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최근 삼성동 한전부지 신사옥 건립과 관련해서도 호텔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해 9월 낙찰받은 한전부지에 신사옥을 건립할 때 최고급 호텔을 건설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사옥에 호텔이 들어서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가 운영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40여 명으로 구성된 신사옥 추진단에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등 유관 계열사는 물론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임직원들도 참여하고 있다.
정 회장은 범 현대가의 전통과 달리 딸들도 경영에 적극 참여시키고 있다. 정윤이 전무는 현대제철과 합병한 계열사 현대하이스코 신성재 전 사장과 지난해 초 이혼했다. 그뒤 정 전무는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에서 경영능력을 키우는 데 전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