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유럽 부동산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회사들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유럽 부동산시장의 투자가치가 낮아졌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정 사장은 유럽 부동산의 투자가치가 아직 유효하다고 판단해 당분간 북유럽과 동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우량 매물을 탐색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정 사장은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3700억 원 규모의 ‘투어유럽’ 건물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잔금을 지급하면 모든 거래가 마무리된다.
한국투자증권은 2월에도 이탈리아 밀라노에 위치한 사무용 빌딩 인수에 1200억 원을 투자했다. 이 가운데 540억 원가량은 공모펀드를 모집해 조달했는데 이 펀드는 3일 만에 모두 판매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굵직한 유럽 부동산 투자를 4건 따냈는데 올해 들어서는 1분기에만 벌써 2건을 잡았다.
한국투자증권은 2018년 따낸 해외 부동산 투자 가운데서도 유럽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는데 올해는 지난해보다 그 비중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 사장은 유럽 부동산시장의 투자가치가 유효하다고 판단하고 경쟁이 더 치열해지기 전에 당분간 유럽 부동산시장에서 가치있는 투자 건을 따내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불확실성 탓에 부동산이 낮게 평가되고 있는데다 환율 차이에 따른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 금리가 낮아 차입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동안 세계의 금융회사들에게 '기회의 땅'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점차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서유럽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자 유럽 부동산투자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금융회사들이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정 사장은 북유럽 및 동유럽 국가들의 부동산 수익률이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판단해 이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투자를 이어간다는 전략을 세워뒀다.
한국투자증권은 2018년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 위치한 ‘노보노디스크’의 본사를 인수하면서 일찍이 국내 증권사 가운데 처음으로 북유럽 부동산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정 사장은 대표이사에 오르기 전 개인고객그룹장으로 일하면서 우량 매물을 직접 발굴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유럽 부동산시장에서 수익성이 좋은 매물들을 찾아 빠르게 투자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 사장은 과거 해외 부동산 투자에서 좋은 성과를 낸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 부동산을 우량 매물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지역보다 유럽 지역에 집중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