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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준 포스코 회장(왼쪽부터 둘째)은 4일 현대중공업을 방문해 직접 이재성 현대중공업 회장(첫째)을 면담하고 상생과 협력을 요청했다. 현장에는 장인환 포스코 부사장(셋째)이 동행했다. |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발로 뛰는’ 영업을 벌이고 있다. 포스코의 주요 고객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기업의 최고경영인(CEO)들을 잇달아 만나고 있다. 포스코 회장에 취임한 뒤 수익성 회복을 강조한 만큼 직접 나서 판매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려는 것이다. 업계는 이번 방문이 난항을 겪고 있는 후판 가격 협상의 실마리를 풀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권 회장은 4일 오전 울산을 방문해 이재성 현대중공업 회장을 면담하고 생산 현장을 둘러보았다. 이어 오후에는 거제도에서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과 만나 상생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각각 전 세계 선박 수주량 1위와 3위에 오른 대형 조선기업으로 포스코의 핵심 고객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권 회장의 행보를 놓고 “조선기업은 포스코의 후판 제품을 가장 많이 구매하는 핵심 고객”이라며 “이번 방문은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포스코의 기술 기반 솔루션 마케팅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권 회장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CEO를 만나 “글로벌 경기 부진에 따른 조선·철강업계의 위기를 신속히 극복하고 세계 최고로 함께 성장하기 위해 상호 신뢰와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하자”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권 회장이 내세우는 기술 기반 솔루션 마케팅은 고객에 대한 기술 지원과 마케팅 활동을 통합한 것을 일컫는다. 이를 통해 고객이 필요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고객 만족도를 높인다. 이를 위해 포스코는 고객이 요구하는 제품 품질과 규격에 ‘맞춤 대응’을 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 프로젝트 입찰에 고객사와 공동으로 참여하는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
권 회장이 기술 기반 솔루션 마케팅을 강조하는 까닭은 조선 기업의 수요에 맞춰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조선기업들은 불황을 돌파하기 위해 해양플랜트와 친환경·극지 선박 등 부가가치가 높은 ‘블루오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는 이에 맞춰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당 사업에 필요한 제품을 적기에 제공해 공급하기로 했다. 또 현재도 운영중인 연구개발(R&D) 기술협의체를 내실화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포스코와 조선기업들의 ‘밀월 관계’에 발목을 잡는 것은 제품 가격이다. 철강과 조선기업들은 올해 2분기 조선용 후판 가격을 놓고 3개월째 협상중이다. 양측은 매 분기 개별 협상을 통해 다음 분기의 후판 가격을 정한다. 이를 통해 정해진 올해 1분기 후판 가격은 1톤당 111만 원이다.
2분기 후판 가격을 놓고 조선기업들은 ‘현재 가격에서 10만 원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 기업들은 가격 인상이나 동결을 고려하는 중이다. 둘 간의 의견 차이가 심해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다.
조선기업들은 올해 선박 수주 물량이 늘어나면서 후판 수요도 증가했기 때문에 가격을 떨어뜨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선박 한 척의 가격에서 후판이 차지하는 비용이 거의 20~30%에 이르는 만큼 충분한 요인이 된다는 견해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현대중공업은 55억 달러(약 5조8천억 원), 삼성중공업은 20억5천만 달러(약 2조2천억 원) 를 수주했다.
반면 철강기업들은 후판을 만드는 데 필요한 열연제품 가격이 올라 여유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중국과 일본산 후판 수입 회사들이 1톤당 60만 원 정도의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통상적으로 조선기업들은 한 철강 회사의 후판만 사들이지 않고 수입재가 섞인 여러 제품을 두루 사용한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가격인하는 수익성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지적이다.
권 회장이 조선기업 CEO들을 방문하면서 이러한 대치 상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업계 관계자들은 주목한다. 한 철강기업 관계자는 “철강과 조선기업 간 가격 협상이 쉽지 않은 상태에서 권 회장과 조선기업 CEO들의 만남이 돌파구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