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업황 악화로 SK하이닉스가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비교해 실적에 훨씬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됐다.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실적 방어능력을 키우기 위해 삼성전자와 같이 D램 미세공정 전환과 3D낸드 투자 등 반도체 원가 절감 전략에 속도를 내는 일이 더 다급해졌다.
8일 증권가 분석을 종합하면 SK하이닉스의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지난해와 비교해 급감할 가능성이 높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결기준 매출을 27조3160억 원, 영업이익을 5조9180억 원으로 추정했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32.5%, 영업이익은 71.6% 줄어드는 수치다.
지난해 61%에 이르던 SK하이닉스의 D램 영업이익률은 35%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고 낸드플래시사업은 올해 약 31%의 영업손실률을 보이며 큰 폭의 적자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됐다.
메모리반도체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올해 D램에서 영업이익률 60%, 낸드플래시에서 영업이익률 10%대를 보일 것으로 추정되는 점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도 SK하이닉스의 D램 영업이익률이 37%, 낸드플래시 영업손실률이 36%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치를 내놓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에 대부분의 영업이익을 의존하며 반도체 수요와 가격 변동 등 업황 변화에 따라 비슷한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반도체업황 악화에 대응해 실적을 방어하는 능력이 삼성전자와 비교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모두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자 새 스마트폰 '갤럭시S10' 시리즈에 탑재하는 메모리반도체 용량을 대폭 늘리는 전략으로 대응했다.
갤럭시S10플러스는 최대 12기가 램과 1테라바이트의 대용량 낸드플래시를 탑재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사업에서 메모리 가격 하락을 기회로 삼아 탑재량을 늘리며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반도체사업부의 메모리반도체 공급도 확대하는 전략을 쓰고 있는 셈이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자체 모바일 제품에 힘입어 D램 수요를 양호하게 유지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달리 메모리반도체 수요를 단기간에 확대할 수 있는 안정적 공급처가 없어 반도체 출하량 감소와 가격 하락으로 입을 타격을 줄이기 어렵다.
SK하이닉스가 D램과 낸드플래시의 원가 절감 기술에서 삼성전자보다 뒤처지고 있는 점도 실적 방어능력에 차이가 나타나는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2세대 10나노(1y)급 D램 미세공정을 2017년부터 상용화해 양산을 시작한 뒤 꾸준한 공정 전환투자로 생산 비중을 늘려 D램 생산원가를 절감하는 능력을 키웠다.
반면 SK하이닉스는 2세대 10나노 D램 공정을 삼성전자보다 약 1년 늦은 2018년 말에 개발했고 아직 양산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단계에 있다.
▲ 삼성전자의 10나노 2세대(1y) D램과 5세대 3D낸드. |
낸드플래시 원가를 절감하는 90단 이상의 3D낸드 적층기술도 삼성전자에서 이미 주력 공정으로 자리잡고 있는 반면 SK하이닉스는 아직 생산 비중을 크게 늘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증권사들은 메모리반도체업황 악화가 이미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어 내년까지 수요 약세와 가격 하락세가 지속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생산원가를 낮추는 공정 신기술 개발과 전환 투자에 더 속도를 내지 않으면 업황 악화가 실적에 계속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이천과 청주, 용인의 반도체사업장에 175조 원의 투자비용을 자체적으로 조달해 최소 5곳의 반도체공장을 새로 짓는 계획을 내놓았다.
반도체 실적 부진이 지속된다면 SK하이닉스의 미래 투자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공산이 크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