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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2년 7월 당시 박근혜 캠프 미디어홍보본부장이었던 변추석 한국관광공사 신임 사장 내정자가 직접 만든 박근혜 캠프 이모티콘을 기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뉴시스> |
변추석 국민대 시각디자인학과 교수가 한국관광공사 사장으로 내정됐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미디어홍보본부장을 역임하며 ‘ㅂ, ㄱ, ㅎ’ 이모티콘을 만든 인물이다. 관광 관련 경력이 거의 없어 '보은인사' '낙하산 인사'라는 말이 나온다. 국회 청문회 부담이 있는 자리는 논란을 피할 수 있는 인물을, 그렇지 않는 자리는 보은인사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변 교수는 지난 2일 청와대에 보고된 후보 2명 중 최종 선택을 받아 관광공사 사장으로 낙점됐다. 변 교수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제청과 대통령의 임명을 거친 뒤 취임한다. 이참 전 사장이 지난해11월15일 일본 성매매 의혹으로 물러난 뒤 거의 6개월간 비어있던 자리를 채우게 됐다. 임기는 오는 30일부터 3년이다.
변 교수는 제18대 대통령 선거 때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미디어홍보본부장으로 일했다. 당시 빨간 말풍선 안에 박 후보의 한글 이름 머리글자인 ‘ㅂ, ㄱ, ㅎ’를 눈과 코에 빗대 웃는 얼굴을 떠올리게 하는 이모티콘을 직접 만들었다. 그 공을 인정받아 대통령 당선 이후 당선인 비서실 홍보팀장을 지냈다.
변 교수는 중앙대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한 뒤 광고업계에 뛰어들었다. 1982년 LG애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을 시작했으며 1997년 프랑스 칸 국제광고제 심사위원이 된 베테랑 디자인 전문가다. 2002년 한일 공동월드컵 공식 포스터를 제작한 것으로 유명세를 탔다. 2000년 국민대 시각디자인과 교수가 된 뒤 현재 디자인대학원 원장을 맡고 있다.
관광공사와 변 교수는 약간의 인연이 있다. 2007년 관광공사 브랜드 광고 자문위원으로 일했으며 2011년 홍보간행물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그러나 관광 정책이나 산업에 직접 관련된 경력이 거의 없다. 관광공사 노조는 ‘낙하산·보은 인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변 교수의 내정과 관련해 성명을 내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치면서 보여준 비정상의 극치”라며 “관광공사의 수장은 당연히 관광 산업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 및 경영 능력 등을 겸비한 인사가 임명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변추석 교수는 홍보 전문가가 아닌 디자인 전문가일 뿐”이라며 “(정부는) 겉으로 공공기관 개혁을 외치지만 속으로 빈자리가 날 때마다 제 식구 챙기기를 자행한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낙하산 인사를 즉각 중단하고 관광 전문가를 사장으로 임명하라”고 촉구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변 교수는 광고와 홍보 전문가로서 한국의 관광을 세계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노조에서 주장하는 낙하산 논란은 사장 선임 때마다 제기된 관행”이라고 반박했다.
박근혜 정부의 낙하산 인사 논란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회 청문회를 통과해야 하는 정부 요직은 논란을 피하는 인사를 배치하고, 그렇지 않는 곳에 보은인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