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기자 hyunjung@businesspost.co.kr2019-02-22 17: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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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가 미국의 화웨이 압박 완화조짐에 화웨이 통신장비를 둘러싼 논란에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21일 미국 경제지 CNBC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화웨이에 더 완화적 태도를 취할 수 있음을 암시했다”고 전했다.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이 화웨이와 ZTE를 미국에 들이지 못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를 재검토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나는 현재의 더 선진화된 기술을 막는 것이 아니고 미국이 경쟁을 통해 승리하길 바란다”며 지금까지 화웨이를 향한 초강경 움직임에서 한 발 물러설 뜻을 내비쳤다.
LG유플러스는 미국과 중국의 정치적 리스크를 주시하고 있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태도 변화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LG유플러스는 국내 이동통신3사 가운데 유일하게 화웨이를 5G 장비업체로 선정했다.
미국이 화웨이 장비의 보안을 문제 삼고 동맹국들을 중심으로 반 화웨이 동맹을 구축해 나가면서 LG유플러스는 그 불똥이 튀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미국과 상호첩보 동맹을 맺고 있는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파이브 아이즈·Five Eyes)를 중심으로 화웨이 고립 작전이 펼쳐지면서 미국의 우방국인 한국에도 언제 이 같은 압력이 들어올지 모른다는 우려가 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며칠 사이 여러 나라들이 미국의 화웨이 보이콧 종용에 하나 둘씩 차가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의식한 듯 유화적 발언을 내놓았다.
영국은 미국의 주장과 달리 화웨이 장비가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고 뉴질랜드와 독일도 화웨이 제품 사용을 금지할 뜻이 없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이는 화웨이 장비 사용 문제로 가슴 졸이던 LG유플러스에 우호적 상황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미국발 화웨이 리스크가 줄면서 화웨이 장비의 보안과 관련한 문제 제기도 잦아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영국의 시아란 마틴 국립사이버보안센터(NCSC) 센터장은 20일 브뤼셀에서 열린 사이버안보 콘퍼런스에서 ‘화웨이 장비가 스파이 행위에 어떻게 악용되는지와 관련한 증거를 미국이 제시했는가’라는 질문에 “만약 화웨이의 악의적 행위에 대한 증거가 있다면 나는 그를 보고할 의무가 있지만 아직 그렇게 할 필요가 없었다”고 대답했다.
그는 화웨이가 사이버 안보와 관련한 잠재적 문제를 지니고 있지만 ‘관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LG유플러스의 설명과도 맥이 닿는 말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화웨이 장비가 안고 있는 잠재적 보안 리스크는 삼성전자 통신장비나 에릭슨, 노키아 등에도 동일한 수준으로 깔려 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그동안 화웨이 장비의 보안 문제가 실체가 없다는 뜻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에서 “화웨이 보안 문제가 과연 실체가 있는 것인지를 들여다봐 줬으면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통신장비를 구축하는 단계에서 국내 보안규정에 따라서 74개 보안 가이드라인의 검증을 마쳤다. 스페인 국제보안인증기관에 보안인증 신청을 해놓았고 현재 검증절차를 밟고 있다.
화웨이도 글로벌 통신장비 업체 가운데 홀로 LTE 장비 국제 보안인증을 받았다. 5G 장비는 올해 3분기까지 보안검증을 받아 결과를 공개한다.
다만 화웨이 장비 도입을 바라보는 국내 여론이 여전히 싸늘하다는 점은 LG유플러스에 여전한 부담이다.
중국의 사드보복에 따른 반중국 정서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같은 LG그룹 계열사인 LG전자나 LG디스플레이 등이 신제품을 내놓을 때면 화웨이를 도입한 LG그룹의 제품은 배제하고 보겠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LG유플러스는 화웨이 논란에도 가입자 수가 오히려 증가한 만큼 가입자 이탈은 극히 일부의 목소리라는 뜻을 보이고 있지만 5G 상용화와 개인적 휴대전화 교체기에 맞춰 통신사 이동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LG유플러스는 2018년 말 기준 무선가입자 수가 일 년 전보다 7.2% 늘어났다.
반면 LG유플러스 처지에서 미국의 직접적 압박이 없는 상태에서 먼저 화웨이 장비 사용 중단을 하기 어렵다는 현실에 따른 동정론도 일어나고 있다.
LG그룹에서 LG화학이나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이 중국에서 많은 사업을 벌리고 있는 만큼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애초부터 화웨이 장비를 쓰지 않은 SK텔레콤이나 KT와 달리 LG유플러스는 오랜 시간 화웨이와 협력해왔다. 장비의 호환성을 감안했을 때 5G 장비에 화웨이를 이어 쓰지 않는다면 대규모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