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들이 구조조정된 임직원들을 위한 지원프로그램을 늘리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퇴직자들이 재취업하거나 직접 기업을 세울 경우 이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프로그램이 효과를 내려면 더 체계적 운영과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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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권 임직원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9만5669명이다. 이는 2013년 말보다 4396명이 줄어든 것이다. 특히 증권업계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3684명이 감소했다.
금융권은 올해도 구조조정을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은 올해 초 희망퇴직을 시행했고 우리은행도 신청을 받고 있다. KB국민은행은 희망퇴직 적용범위를 놓고 노동조합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구조조정된 임직원들에게 퇴직금과 전직지원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자회사로 자리를 옮겨 추가로 근무할 기회를 주기도 한다. 최근 지원범위를 확대해 창업이나 재취업 기회를 폭넓게 제공하는 금융회사도 생기고 있다.
정태영 현대카드 겸 현대캐피탈 사장은 퇴직한 직원들의 창업을 전반적으로 지원하는 ‘CEO플랜’ 시행을 이달 초 결정했다.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뿐 아니라 현대라이프와 현대커머셜 직원들도 CEO플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현대카드 등은 선발된 직원들을 대상으로 창업진단 프로그램과 전문가 상담을 통해 창업방식과 아이템 등을 컨설팅해 준다. 가게가 문을 연 뒤에도 내부디자인과 홍보마케팅 등 후속작업도 지원한다. 현재 식당 2개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개점한 상태다.
정 사장은 최근 페이스북에서 “퇴직자들의 성공이 회사의 자존심이라는 생각으로 CEO플랜 전담팀과 시설을 만들어 운영했다”며 “6개월 이상의 컨설팅, 연수, 디자인 지원, 창업 뒤 재료조달과 카드와 연계마케팅 등이 이어진다”고 밝혔다.
KB생명은 KB국민은행 퇴직자들에게 새 일자리를 주선하고 있다. KB생명은 오는 17일 보험설계사 취업에 관심이 있는 KB국민은행 퇴직자들을 위한 설명회를 연다. 대상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KB국민은행에서 퇴직한 전직 임직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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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용길 KB생명 사장 |
신용길 KB생명 사장은 약 450명으로 업계 최하위권인 보험설계사 영업채널을 확충하기 위해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 방카슈랑스 판매경력 등을 통해 영업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은행 퇴직자들을 채용하겠다는 것이다.
KB국민은행으로서는 전직지원프로그램과 같은 성격도 띈다.
신한은행은 지난 2월 희망퇴직에서 신청자에게 3개월 동안 전직지원 컨설팅과 9개월간 사후관리를 제공했다. 부지점장급 이상 퇴직자 중 신청자를 심사해 다른 지원혜택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시간제 관리전담계약직’으로 채용해 영업점 검사업무를 맡기기도 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해 상반기에 명예퇴직한 650명 가운데 약 60%가 전직지원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신청자는 9개월 동안 전문 컨설턴트와 일대일로 상담하면서 헤드헌팅이나 부동산계약 등 재취업 혹은 창업을 위한 전반적인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금융회사들이 실시하고 있는 창업이나 전직지원프로그램이 아직 큰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11월 퇴직시기가 가까워진 직원들을 대상으로 지원제도를 확대해 실시했다. 16주 교육과정 동안 적성진단과 1대1 전문가상담 등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지난 2월 말까지 진행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은 36명에 머물렀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직지원프로그램에서 받을 수 있는 교육과정과 지원금에 한계가 있고 전반적 인식도 아직 좋지 않은 편”이라며 “창업이나 재취업을 지원하는 과정을 더 체계적으로 만들면서 인식을 전환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