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부산시장은 14일 성명을 내고 “대구 경북 시도민의 염원인 대구통합신공항 추진을 위해 부산시장으로서 필요한 역할이 있으면 마다하지 않겠다”며 가덕도 신공항 건설과 함께 대구통합신공항 건설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오 시장의 발언은 대구와 경상북도의 협조를 이끌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계획에 부산과 울산, 경남의 의견만 반영된다면 대구와 경북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대구통합신공항 건설이 추진된다면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남권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동남권 신공항 계획을 두고 합의만 도출한다면 기존 김해공항 확장계획이 뒤집힐 수 있는 셈이다.
문 대통령은 13일 부산 경제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부산, 울산, 경상남도가 2월 말까지 동남권 신공항에 관한 검증결과를 내놓는다고 알고 있다”며 “검증결과를 놓고 대구와 경상북도를 포함한 광역자치단체 5곳이 뜻을 하나로 모은다면 동남권 신공항 계획과 관련한 결정이 쉬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광역자치단체 5곳이 동남권 신공항을 두고 각자 다른 의견을 낸다면 총리실로 승격해 검증 논의를 결정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합의에 따라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계획이 기존 계획을 대체할 수도 있고 지자체 사이에 합의가 되지 않더라도 국무총리실에서 검증할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그동안 오거돈 부산시장 등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는 쪽은 신공항과 관련한 문제를 국무총리실에 올려 판단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2018년 12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새벽에 부산공항 국제선을 타러 와보면 부산시민의 불만을 알게될 것”이라며 “국토부와 대화가 안 되니 총리실에서 문제를 심판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와 관련해 공항 건설의 인허가 권한을 지닌 국토교통부와 충돌했기 때문에 오 시장으로서는 국토부의 상위기관인 국무총리실의 처분을 받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계획은 과거 정부때부터 지금까지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 동남권 신공항을 세우겠다는 공약을 내 놓았지만 임기 동안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박근혜정부 들어 동남권 신공항 계획을 본격적으로 세우기 시작했지만 결국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계획으로 대체됐다.
그러나 김해공항 확장만으로 늘어나는 항공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근거에서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추진됐는데 결과적으로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며 정부의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김해신공항 건설 계획은 계속 유지돼다가 2018년 6월 지방선거 이후 교체된 경남권 광역 지자체장들이 이 문제를 다시 들고나왔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후보 시절 선거공약에 가덕도 신공항 건설계획을 담았고 당선된 뒤에도 지속적으로 정부부처를 설득하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김해신공항을 원안대로 건설한다는 원칙을 고수해왔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2018년 12월 국회에서 “김해신공항의 기본계획을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13일 문 대통령의 발언은 지금껏 이어졌던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계획에 관한 기류 변화로 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변성완 부산시 행정부시장은 문 대통령의 발언 뒤 브리핑을 열어 “대통령께서 큰 선물을 주셨다”며 “부산시가 줄기차게 요구한 김해 신공항 건설을 위한 기본계획안의 총리실 검증 요구를 받아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