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내년에 반도체공장에 들이는 설비 투자 규모를 올해와 비교해 크게 줄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에서 모두 1위 기업인데 대규모 시설 투자를 지속하면 반도체 공급 과잉이 지속돼 업황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4일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부진한 반면 D램과 낸드플래시의 공정 전환은 활발하게 이루어져 전체 공급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원가 절감을 위해 10나노대 D램 미세공정과 92단 3D낸드 등 최신 반도체 공정의 생산 비중을 확대하는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반도체 공정이 발전할수록 생산효율도 높아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반도체 출하량이 꾸준히 증가하며 공급 과잉에 더욱 무게를 싣고 있다.
유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새 공정 도입 속도를 쉽게 늦추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내년에 반도체 수요가 회복되지 않으면 공급 과잉이 내년 하반기까지 지속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내년 반도체 시설 투자에 들이는 금액이 약 20조 원으로 올해 추정치인 21조5천억 원과 비교해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부분이 증설 투자가 아닌 공정 전환에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반도체 공급 과잉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같은 반도체기업이 증설 투자가 아닌 공정 전환을 통해 출하량을 늘리는 것만으로도 업황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충분하다.
황 연구원은 "반도체 공급사들은 생산량을 완전히 축소할지, 혹은 공급을 더 늘려 판매 확대에 힘쓸지 구체적 전략을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내년 상반기까지 업황 악화가 이어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