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가 광주형 일자리 방안에 '임금협상을 유예한다'는 조항을 제외해 현대자동차와 재협상에 나서겠다는 뜻을 보였지만 민주노총은 파업에 들어가기로 하면서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5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광주광역시와 현대자동차가 ‘임금협상 유예’을 포함하는 광주형 일자리를 추진하기로 협상을 마쳤다는 소식이 4일 전해진 뒤 광주형 일자리사업이 부당하다는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민주노총은 헌법을 위반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민주노총은 “협상안을 보면 사실상 5년 동안 단체협약을 하지 않게 된다”며 “노동조합을 자주적으로 결성할 수 있는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상생협의회 결정사항으로 5년 동안 대체한다는 것은 광주형 일자리 합의가 헌법에서 보호하고 있는 노동3권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광주시와 현대차 협상안에는 ‘상생협의회 결정사항의 유효기간은 조기 경영안정 및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하여 누적 생산목표 대수 35만 대 달성까지로 한다’는 조항이 적시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계 관계자들은 연 7만 대 생산을 전제로 이 조항을 ‘5년 동안 사실상 단체협약을 하지 않고 신설법인의 상생협의회가 결정한 사항으로 사업이 진행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은 “5년이든 그보다 짧은 기간이든 노동자의 협상권을 배제한다는 것 자체가 헌법 위반”이라며 “노동자의 노동3권은 잠시도 포기할 수 없는 헌법상 기본권”이라고 말했다.
그는 “광주시와 현대차 사이 협약 내용이 정식으로 공개되지 않은 점도 문제”라며 “노동조합의 의견은 배제한 채 두 기관끼리만 밀담을 주고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임금협상 유예조항을 놓고 광주시가 한발 물러나기로 했지만 민주노총과 현대차 노동조합은 강경한 반대태도를 지키고 있다.
현대차 노동조합은 6일 모든 공장과 모든 직군에서 주·야간 근무조별로 퇴근 전 2시간씩 모두 4시간 동안 부분파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노총과 현대차 노동조합은 애초 합의안대로 광주형 일자리가 추진되면 총파업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광주시가 임금협상 유예조항을 제외할 뜻을 보였지만 기존 일자리 감소, 자동차 시장 포화상태 등을 이유로 파업 계획을 유지했다. 다만 총파업에서 부분파업으로 규모를 줄였다.
광주시는 그동안 협조적이었던 한국노총까지 임금협상 유예조항은 안 된다고 반대하자 이 조항을 제외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본부 의장이 5일 노사민정협의회 회의에 불참의 뜻을 보이다 결국 회의에 들어가면서 노사민정협의회는 광주형 일자리사업을 의결했다. 한국노총이 임금협상 유예조항을 빼는 것을 조건으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시는 6일 다시 노사민정협의회를 열어 한국노총의 의견을 반영한 조정안 몇 가지를 놓고 현대차와 재협상하기로 했다.
광주시 일자리노동정책관실 관계자는 “광주형 일자리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하기 위해 노동조합, 현대차, 정부 관계자 사이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형 일자리사업은 낮은 임금으로 근로자를 고용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부족한 임금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복리·후생비용 지원을 통해 보전한다는 일자리 창출사업을 말한다.
광주시는 빛그린국가산업단지에 연간 10만 대 규모의 1천cc 미만 경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생산공장을 짓는다. 현대차는 관련 법인에 투자해 지분 19% 정도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