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기자 hyunjung@businesspost.co.kr2018-11-25 17: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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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이 서울 아현통신국 화재사건으로 KT 신뢰도 추락이라는 큰 악재를 맞닥뜨리게 됐다.
복구에 일주일가량의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KT가 재난 대응체계를 마련하는 데 안일했다는 지적이 거세게 나오고 있다.
▲ 황창규 KT 회장이 25일 오전 24일 화재가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아현국사를 찾아 기자회견을 하고 화재로 인한 통신 장애 등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업계에 따르면 황 회장이 미래사업과 4차산업혁명과 관련한 통신 기술에는 거침없는 투자를 했지만 가장 중요한 재난과 안전에 관련한 준비에는 무신경했다는 말이 나온다.
KT 아현국지사에 화재가 발생한 뒤 즉각적으로 통신망이 재개되지 못한 것은 KT가 마포구 구역에 백업체계를 마련해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통신국지사를 중요도에 따라 A~D까지 네 등급으로 나누는데 아현지사는 D등급이다. KT는 D등급에는 백업체계를 마련해놓지 않았다.
오성목 KT 네트워크부문장(사장)은 “백업시설에는 많은 투자금이 필요해 A, B, C 지역까지는 백업체계를 만들어놓았으나 D구역에는 아직 설치를 하지 못했다”며 “아현국지사는 단선체계라 백업이 늦어져 화재 뒤 가입자를 일일이 접촉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재난이 중요한 지역을 골라서 발생하는 것이 아닌 만큼 어느 곳에나 차등 없이 체계적 대응책을 마련해 놓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안전 불감증이 개인에게도 큰 문제인데 우리나라 기간 통신망 구축을 담당하고 있는 중추기업이 사고를 안일하게 대비했다는 점에서 KT의 신뢰도는 크게 휘청이고 있다.
통신망의 마비는 단순히 잠시 동안 휴대전화를 쓸 수 없게 되는 정도의 불편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현대인들은 통신 인프라를 통해 일상생활에서 많은 것들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화재로 피해 지역의 국민들은 예상치 못한 불편함을 겪었다.
KT 통신망을 쓰고 있던 마포구 일대 상점들은 통신망이 끊기면서 카드 결제가 되지 않아 영업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통신 연결이 되지 않으니 계좌이체도 불가능했다. 지금도 많은 상점들이 ‘오직 현금 결제만 가능’이라는 게시물을 문 앞에 걸어두고 영업을 하고 있다.
KT 이동전화 통신과 가정용 인터넷, IPTV 등을 묶어서 제공하는 ‘KT결합상품’을 이용하고 있는 고객들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며 큰 불편함을 토로했다.
가족 모두가 함께 사용하면 통신비가 할인되는 ‘KT온가족할인’ 요금제를 사용하는 고객들도 피해가 컸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일제히 연락이 두절됐을 당시 "이를 기회 삼아 범죄가 일어나지 않을지 불안에 떨었다"고 말했다.
서울 일부 경찰의 내부 통신망도 예외 없이 장애를 겪었다.
KT 아현지사의 회선 권역에 들어있는 서울 서대문, 용산, 마포경찰서의 전화 회선과 112통신시스템이 이날 오전까지 불통됨에 따라 서울경찰청 112상황실에서 해당 경찰서의 상황실을 건너뛰고 112 사건 처리를 분배하기도 했다.
정부는 KT 화재를 국가 재난이라고 보고 정보통신재난 ‘주의’ 단계를 발령했다. 이날 오전에는 민원기 과기정통부 제2차관을 주재로 과기정통부와 행정안전부, 방송통신위원회,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가 모여 대책회의를 열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사고 현장을 방문해 “현대인들의 생활 대부분의 영역이 통신으로 연결돼 있는 만큼 통신 인프라가 한 번 중단되면 시민들의 불편은 물론 소상공인들이 영업 자체를 하지 못하게 된다”며 “서울이라는 초현대적 도시에서 이번 사고가 지닌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동전화와 인터넷 등 KT의 모든 통신망이 완전히 정상화되는 데에는 일주일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KT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는 통신장애가 3시간 이상 지속되면 고객들에게 보상을 해주기로 약관에 정해놓았다. 3시간을 넘어서는 통신 장애는 통신사가 책임을 져야 할 고객 피해에 해당된다고 규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화재로 KT 고객은 무려 168시간가량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
KT로서는 가입자 이탈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5G 상용화가 눈앞에 와 있는 만큼 특히나 가입자 이동이 잦을 수 있는 시기인데 KT에 커다란 악재가 들이닥친 셈이다.
황 회장은 이날 KT 아현국지사에 마련된 기자회견 자리에서 “모든 역량을 기울여 이른 시일 안에 완전 복구가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며 “재발 방지대책을 철저하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