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납품계약을 미흡하게 검토해 수십억 원을 주고 들여온 예비전동기를 사용하지 못한 채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이 14일 발표한 원자력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수원은 한울원자력발전소 1·2호기에 사용하는 예비전동기를 75억여 원에 샀지만 규격에 맞지 않는 것을 납품받아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 한국수력원자력이 창고에 보관하고 있는 예비전동기에서 권선이 잘려있는 모습. <감사원> |
감사원은 “한수원은 반드시 특정업체에서 납품을 받아야 하는 사례가 아닌데도 예비전동기를 수의계약으로 추진해 기존 제품과 일치하는 예비전동기를 납품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업체와 계약을 맺었다”고 지적했다.
한수원은 2011년 8월 예비전동기를 구매하기 위해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한수원은 2012년 12월 계약업체가 예비전동기를 기술 규격서와 다르게 제작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한수원은 2013년 1월 예비전동기 제작 과정에서 규격과 불일치하는 부분을 수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계약업체가 납품을 불성실하게 이행했지만 한수원은 원인 규명이나 계약 해지 등 대응을 하지 않고 2013년 11월 예비전동기를 받은 뒤 대금을 모두 지급했다.
그러나 한수원은 2015년 7월 예비전동기 기술 분야 인수검사를 진행해 품질등급 불만족, 기술 규격서 미준수 등 인수검사 불합격 판정을 내렸다.
2016년 3~4월에는 일반 규격품 품질 검증에서도 권선저항 편차 과대 발생 등 문제를 발견했다.
2016년 7월 해외 전문가를 초빙해 예비전동기를 진단한 결과 권선(전선) 7개가 절단된 사실을 발견했다.
한수원은 계약업체에 권선 작업을 다시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2017년 5월 감사원 감사가 끝날 때까지 계약업체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예비전동기는 2013년 말부터 한울원전 1·2호기에 투입될 예정이었지만 사용 불가능한 상태로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
한수원은 감사원이 감사를 마친 뒤 2017년 8월에 계약 해제를 통보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계약업체를 부정당업자로 제재하는 등 시정조치도 했다.
감사원은 “한수원 사장은 앞으로 물품 제작·구매 계약을 체결할 때 수의계약 등 계약 방법을 철저히 검토한 뒤 결정하고 계약 내용 이행에 감독 및 검사 업무를 철저히 해야 하고 관련자에게는 주의를 촉구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