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철 기자 esdolsoi@businesspost.co.kr2018-11-13 14:5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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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B금융지주 이사회와 대구은행 이사회가 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을 놓고 좀처럼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지주는 12일 이사회 열어 대구은행 이사회에 19일까지 지배구조 규정 개정과 관련해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라고 요구했다.
▲ DGB대구은행 제2본점 전경.<연합뉴스>
원래 각 계열사에 15일까지 그룹 지배구조 개정안을 통과시키라고 요구했지만 대구은행 이사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만큼 내부적으로 논의할 기간을 나흘 더 준 것이다.
DGB금융지주 이사회가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은 지 한 달여가 지나가지만 주력 계열사인 대구은행 이사회는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DGB금융지주 이사회는 10월19일 지주회사가 대구은행 등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후보 관리 및 추천을 맡고 최고경영자 후보자 요건 및 검증 절차를 강화하는 방안 등을 담은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았다.
다른 계열사인 하이투자증권과 DGB생명 등은 예정대로 15일까지 금융지주가 제시한 지배구조 개정안에 맞춰 각각 규정을 개정하기로 했지만 대구은행 이사회는 은행 경영의 자율성을 근거로 받아들이지 않은 채 일종의 절충안을 역제안했다.
대구은행 이사회는 8일 금융지주가 제시한 지배구조 개정안을 놓고 은행장 선임을 위한 세부적 기준을 확정할 것, 은행 자율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 자회사 CEO(최고경영자) 후보추천위원회에 은행 이사진이 금융지주측과 동수로 참여하도록 할 것 등을 요청했다.
대구은행 이사회는 이와 관련된 내용을 함께 금융지주 이사들과 은행 이사들이 만나 논의하자며 공동 간담회를 제안했다.
DGB금융지주 측은 대구은행 이사회가 요구했던 사항들에 관해 대구은행 이사들과 만나 의견 차이를 좁혀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사실상 은행 이사회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태도로 풀이된다.
이미 새 대구은행장 선임 과정에 대구은행 이사회의 뜻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상황에서 추가로 대구은행 이사회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이는 것은 지배구조 개편의 의미가 낮아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구은행 이사회가 19일까지 지주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DGB금융지주가 직접 주주총회를 열어 정관 변경을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DGB금융지주는 대구은행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주주권을 발동해 지배구조 규정 개정안을 정관 변경안에 포함해 통과시키는 방식이다.
다만 금융지주 이사회와 대구은행 이사회가 지배구조 개편을 놓고 합의가 아닌 힘으로 밀어붙이는 구도는 부담이 클 수 있는 데다 대구은행 고위 임원과 노조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수 있는 만큼 선뜻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DGB금융 관계자는 “DGB금융지주 이사회가 대구은행 이사회의 요구사항을 공식적으로 거절한 것이 아니라 서로 의견을 주고받을 시일을 확보한 것”이라며 “대구은행 이사회의 결정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후속조치 등은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