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영국 프리미어리그 첼시 스폰서십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가 첼시 후원을 중단한 것은 약 10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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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유럽에서 삼성전자의 글로벌 인지도를 충분히 쌓았다고 판단해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지난해 삼성전자 실적이 악화하면서 비용절감 필요성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첼시와 스폰서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2005년부터 첼시를 후원해 왔다.
삼성전자는 첼시에 매년 1800만 파운드(300억 원)를 지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첼시 유니폼 전면에 삼성전자 로고를 집어 넣고 경기장 광고, 전자제품 전체에 대해 후원권을 확보했다.
삼성전자는 첼시 후원으로 유럽시장에서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효과를 봤다. 특히 삼성전자 로고색과 첼시 유니폼색이 같은 파란색이어서 '블루 동맹'으로 불렸다. 첼시 팬페이지에 삼성전자의 후원 중단을 아쉬워하는 팬들의 항의가 잇따르기도 했다.
첼시는 삼성전자와 후원 계약이 만료되자 일본의 요코하마 타이어를 새 후원사로 맞았다. 전체 후원 규모는 2억 파운드(3400억 원), 연간 4천만 파운드다. 프리미어리그 사상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는 지난해 쉐보레와 연간 5300만 파운드 규모의 후원계약을 맺었다.
첼시는 올해와 내년 시즌에 요코하마 타이어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게 된다. 요코하마 타이어는 미국시장에도 진출한 일본의 타이어 제조회사다. 첼시는 프리미어리그에 대한 세계적 인기를 등에 업고 북미와 아시아의 시장확대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프리미어리그는 해마다 중계권 수입이 늘고 있으며 후원계약 규모도 치솟고 있다. 첼시는 삼성전자 대신 요코하마 타이어 후원을 받게 되면서 후원 금액이 2배 이상 뛰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스마트폰 판매 부진 등 실적이 나빠지면서 긴축경영에 나섰다. 연간 수백억 원이 넘는 해외 스포츠마케팅을 축소한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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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첼시 소속 축구 선수들 |
삼성전자 본사가 지속적으로 수백억 단위의 후원금을 지원하고 있는 곳은 최근까지 첼시가 유일했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 일회성 이벤트도 지원하고 있으나 금액은 첼시보다 한참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1990년대 후반 이후 해외 스포츠마케팅에 공을 들였다. 지역별로 종목을 나눠 유럽의 경우 축구 하키 승마 종목을, 미국에서 골프를 지원했다. 하지만 최근 이를 점차 축소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해외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스포츠마케팅이 큰 효과를 봤다”며 “하지만 실적부진에 따른 비용절감 차원에서 광고홍보비를 대폭 삭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첼시와 계약종료 뒤에도 당분간 다른 축구팀 후원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본다. 지난해 말 첼시 계약 종료가 임박하자 삼성전자가 이탈리아 세리에A AS로마를 점찍었다는 이탈리아 현지 신문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