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금호산업 인수전에 전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신세계그룹은 금호산업을 인수해 아시아나항공을 손에 쥘 경우 사업에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곳으로 꼽혔다.

  정용진, 신세계 통해 금호산업 인수전에 뛰어든 이유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자금력을 갖춘 신세계그룹이 금호산업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금호산업 몸값이 뛸 가능성도 높아 박삼구 금호아시나아그룹 회장은 금호산업을 되찾는데 큰 부담을 안게 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신세계그룹이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사업적으로 인연이 있는 만큼 향후 박삼구 회장과 제휴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신세계그룹과 호반건설, IBK투자증권-케이스톤파트너스 사모펀드(IBK펀드), 자베즈파트너스, MBK파트너스, IMM 등이 금호산업 지분 인수의향서(LOI)를 25일 산업은행에 제출했다.

신세계그룹은 전날까지만 해도 정용진 부회장이 “시너지가 클 것 같지 않다”고 말했는데 이날 마감시간을 넘겨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항공업이 관광이나 백화점, 호텔, 면세점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신세계그룹을 포함한 유통기업들이 꾸준히 인수후보에 올랐다. 그러나 그동안 업계에서 거명되던 롯데그룹이나 CJ그룹, 호텔신라 등은 인수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신세계그룹은 신세계푸드를 통해 식자재유통사업을, 신세계조선호텔을 통해 면세점사업을 하고 있다. 금호산업을 인수하면 항공화물 물류사업과 연매출 1100억 원 규모의 기내식사업, 기내 면세점 운영 등 알짜사업들을 확보할 수 있다.

금호산업은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건설업체 시공능력평가 순위 20위에 올라있어 36위인 신세계건설과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

신세계그룹의 참여로 금호산업 매각가격이 크게 뛸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날 입찰 참여자들은 인수의향서에 가격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들 기업이 금호산업을 손에 넣으려면 박삼구 회장의 자금 동원력을 넘어서는 금액을 제시해야 한다.

박삼구 회장은 채권단 보유 지분 가운데 ‘50%+1’주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어 따로 인수의향서를 제출할 필요는 없다.

박삼구 회장은 이날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순리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임원회의에서도 “우리가 인수의지를 갖고 있으니 인수전에 대해 조급하게 생각할 게 없다”며 “의연하게 대처하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용진, 신세계 통해 금호산업 인수전에 뛰어든 이유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금호산업 본입찰까지 인수후보들의 치열한 합종연횡이 전개될 가능성도 높다. 이날 인수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았더라도 앞으로 컨소시엄 형태로 인수에 참여할 기업들이 나올 수도 있다.

신세계그룹의 경우 박삼구 회장과 제휴할 가능성도 있다. 신세계그룹은 광주에서 금호터미널로부터 백화점 건물과 부지를 20년 동안 장기임대해 쓰고 있다.

일부 관계자들은 박삼구 회장의 동생 박찬구 회장이 이끄는 금호석유화학도 앞으로 인수전에서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금호석유화학은 여러 곳의 사모펀드들로부터 꾸준한 제휴요청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석유화학은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10% 이상 보유한 대주주이기도 하다.

호반건설은 지난달 말 딜로이트안진과 금호산업 인수 컨설팅계약을 맺으면서 인수전 참여가 일찌감치 예상됐다.

금호산업 매각 대상 지분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보유한 지분 금호산업 지분 57.5%다. 금호산업은 아시나항공 지분 30.08%를 지닌 최대주주다. 금호산업을 손에 넣으면 국내 항공업계 2위인 아시아나항공 경영권까지 확보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 지분 46%, 금호터미널 지분 100%, 금호사옥 지분 79.9%, 아시아나개발 지분 100%, 아시아나IDT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