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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한국형 전투기 KF-X 개발사업 입찰이 2파전으로 굳어졌다. 대한항공과 에어버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록히드마틴이 맞붙는다.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은 오래 전부터 방위산업을 숙원사업으로 품어왔는데 이번에 에어버스를 파트너 삼아 그 꿈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KF-X 개발사업은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KF-16보다 성능이 우수한 차세대 전투기 120대를 자체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사업이다.
이 사업에 개발비만 8조 원, 양산비용과 운영유지비를 더하면 모두 18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다.
◆ 대한항공-한국항공우주산업, 누가 선정될까
업계 관계자들은 그동안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우세를 점쳤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유로파이터 제작사인 에어버스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대한항공은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기술력 부족을 에어버스와 기술제휴를 통해 만회할 수 있게 됐다. 대한항공이 한국항공우주산업에 자금력과 기술력의 두 측면에서 밀릴 이유가 없게 된 것이다.
특히 미국정부의 철저한 기술이전 통제를 받는 록히드마틴에 비해 에어버스는 상대적으로 핵심기술 이전에 자유로운 편이다.
하지만 한국항공우주산업 역시 만만치 않은 경쟁 상대다. 여전히 대한항공보다 우위에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미국 차세대 전투기사업자인 록히드마틴과 협력관계에 있는 데다 국산 고등훈련기 ‘T-50’, 국산 헬기 ‘수리온’ 등의 개발경험과 전투기 제조시설을 갖추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10년 동안 KF-X사업을 준비해 설계기술과 생산설비, 비행시험을 위한 조종사 등을 갖췄다. 현재 1400여 명인 연구인력을 크게 늘릴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이번 입찰 평가기준에서 기술능력 평가 비중이 80%에 이르는 점도 한국항공우주산업에 유리하다.
지난해 대한항공과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소형 민수·무장헬기(LCH·LAH) 입찰에서도 한 판 붙은 경험이 있다.
당시 대한항공은 우선협상대상자뿐 아니라 차순위협상자에서도 탈락했다. 방사청이 기술평가에서 낙제점수를 받으면 협상자 선정에서 아예 배제한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이 차순위협상자에서도 탈락하면서 기술력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하성용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은 지난해 “대한항공을 경쟁자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항공우주산업도 기술이전이라는 걸림돌을 안고 있다. 세계 최고수준의 항공우주기술을 보유한 록히드마틴이 핵심기술을 넘겨주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정부의 기술이전 허가는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대한항공도 에어버스와 공동참여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가 핵심기술 이전 때문이라고 밝히며 상대의 약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대한항공이 강조하는 에어버스의 기술이전과 관련해 “중요한 것은 국내에 갖춰져 있는 인프라”라며 “KF-X사업은 국내사업”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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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용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 |
◆ 대한항공, 재무건전성 문제 없나
이번 사업에 선정되는 기업은 개발비용의 20%를 부담하게 된다. 개발비가 8조 원대로 확정될 경우 기업이 부담하는 금액은 1조6천억 원 정도다.
대한항공이 재무구조가 취약하다는 점에서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일부에서 제기된다.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809%에서 작년 말 966%까지 뛰었다. 대한항공은 다음 달로 예정된 5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완료하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산매각을 계획대로 이행해 부채비율을 올해 안에 600%대로 낮추려 한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재무구조는 대한항공에 비해 안정적이다. 부채비율이 100%대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기업 규모 등을 감안하면 대한항공의 자금동원능력이 한국항공우주산업보다 높을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연매출은 1~2조 원대로 대한항공의 10% 수준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선정될 경우 부담해야 할 금액이 연매출과 비슷한 수준인 셈이다.
◆ 조양호의 꿈 이뤄질까
대한항공은 기존 사업영역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은 저비용항공사와 외국 항공사의 약진으로 성장동력인 항공업이 위협받는 상황에 처해 있다. 따라서 이번 입찰에 성공할 경우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양호 회장의 의지도 강하다. 차세대 전투기사업을 포함한 방위산업은 조양호 회장의 숙원사업으로 통한다.
조양호 회장은 24일 한국방위산업진흥회 회장에 재선임됐다. 조 회장은 2004년부터 10년 넘게 한국방위산업진흥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이번에 재선임돼 지금까지 다섯번 째 연임기록을 세웠다.
조 회장이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어 이번에 방진회 회장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조 회장이 연임되면서 방위산업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조양호 회장은 줄곧 한국항공우주산업 인수에도 눈독을 들여왔다. 조 회장은 2003년부터 2012년까지 모두 네 차례에 걸쳐 한국항공우주산업 인수를 시도했다. 그는 공식석상에서도 “반드시 인수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방사청은 접수된 입찰 제안서 평가를 통해 다음달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그뒤 5월까지 협상을 거쳐 6∼7월 중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고 KF-X 개발업체를 최종 선정해 계약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