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아들 박서원 빅앤트인터내셔널(빅앤트) 대표는 '멋진 아버지의 더 멋진 아들'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박 대표는 "두산그룹에서도 일이 들어오는데 돈을 받지 않고 일한 이유는 회장 아들이라 도움 받았다는 말을 듣기 싫었기 때문"이라고 말 할 정도로 두산그룹과 거리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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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 박서원 빅앤트 대표 |
그런데 박 대표가 이끌고 있는 광고회사 빅앤트가 두산그룹의 ‘인하우스 에이전시(대기업의 자체 광고대행사)’인 오리콤과 4년째 동화약품 광고제작에 공동참여하고 있다. 자연히 두산그룹의 간접지원이라는 의혹을 받았다. 빅앤트는 지난 1월 두산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박 대표는 2009년 ‘뿌린 대로 거두리라’라는 반전 포스터로 한국인 최초로 국제 5대 광고제(원쇼, 클리오, 칸, D&AD, 뉴욕페스티벌)를 석권했다. 이후 광고계에서 가장 유망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꼽혔다. 박 대표가 두산 가문의 4세이자 박 회장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다시 한 번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박 대표는 “아버지의 후광은 가장 듣고 싶지 않은 말”이라며 늘 두산과 선을 그어왔다. 그런 모습은 다른 재벌 3~4세들과 비교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박 대표는 오리콤에 들어가 편하게 광고 일을 할 것이라는 주변의 예상을 깨고 대학 친구들과 함께 만든 광고회사인 빅앤트에서 독자적인 길을 걸었다. 그는 “사람들이 재벌 2세란 선입견을 갖는 건 어쩔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회사를 차리고 일하는 데 집안 도움은 전혀 안 받았다”고 말했다.
그런 박 대표가 4년 동안 두산그룹의 계열사인 오리콤과 공동으로 동화약품의 광고대행 업무를 맡은 것은 뜻밖의 일이라고 업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빅앤트는 2011년부터 동화약품의 ‘후시딘’, ‘잇치’, ‘까스활명수’ 등의 광고를 연달아 수주했다.
이 과정에서 빅앤트는 광고 제작을 맡았다. 신문 지면이나 방송 시간을 구매해 광고를 집행하는 매체대행 업무는 오리콤이 맡았다. 일반적으로 광고를 직접 기획하고 제작하는 광고 제작을 더 쳐주는 분위기다. 광고대행 수수료도 제작사가 60~70%, 매체대행사가 30~40%를 가져간다.
빅앤트가 계속 광고 제작을 맡고 업계 10위권 이내인 오리콤이 매체대행 업무만 해온 데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오리콤은 보통 광고제작과 매체대행을 한꺼번에 수주해 왔다”며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오리콤이 빅앤트에게 광고 제작을 밀어준 게 아니냐”는 추측까지 내놓았다. 오리콤 측은 이에 대해 “서로의 필요에 이해 자연스럽게 협력이 이뤄진 것일 뿐, 다른 관계는 없다”고 부인했다.
이런 상황에서 빅앤트가 지난 1월 두산그룹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박 대표가 향후 두산그룹의 4세 경영승계 경쟁에 가담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나이와 경험 면으로 볼 때 아직은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다만 그룹에 2개의 광고회사를 둔 상황이 돼버려 오리콤과 빅앤트의 합병 등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 합병이 이뤄지더라도 박 대표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표는 지난 2011년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오리콤으로 아버지의 부름을 받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규모가 커지면 내가 즐겁지 않아도 돈벌이로 해야 할 일이 많아질 것 같다”며 “지금 있는 식구 열댓 명 먹여 살리는 것도 엄청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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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서원 대표는 2009년 제작한 반전 포스터 ‘뿌린 대로 거두리라’로 세계 5대 광고제를 모두 석권했다. 한국인으로는 최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