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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롯데그룹이 KT렌탈 인수전에서 막판 역전극을 펼쳤다.
롯데그룹은 KT렌탈 인수전 2차 본입찰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적극적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SK그룹은 막판 여론전까지 펼쳤으나 인수에 실패해 체면을 구겼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부재상황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타이어도 고배를 마셨다.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은 이번 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 신동빈, 1조 원 넘는 입찰가 써낸 파격 승부수
1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이 KT렌탈 2차 본입찰에서 1조 원을 넘는 최고가를 써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KT는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롯데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승인한 뒤 그 결과를 롯데그룹에 통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진행된 2차 본입찰에 한국타이어-오릭스 컨소시엄, 롯데그룹,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등 3곳이 참여했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말 1차 본입찰이 진행될 때까지만 해도 인수후보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다른 인수후보군이 워낙 쟁쟁했기 때문이다. SK네트웍스는 이미 렌터카사업을 운영하고 있어 인수 뒤 가장 큰 시너지를 누릴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타이어도 조현식 사장을 중심으로 인수의지가 매우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롯데그룹은 이들 후보에 비해 입찰가격도 높게 써내지 않았고 대외적으로 말을 아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롯데그룹은 최근 제2롯데월드 안전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어 인수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2차 본입찰에서 1조500억 원이라는 파격적 가격을 써내 다른 경쟁자들을 제쳤다.
롯데그룹은 임병연 비전전략실장의 주도 아래 롯데쇼핑과 롯데호텔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번 입찰에 참여했다. 롯데그룹 컨소시엄은 지난달 말 진행된 1차 본입찰에서 7천억 원대의 가장 적은 가격을 제시했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이 “시너지가 확실한 매물은 반드시 인수하라”며 전폭적으로 비전전략실을 지원하고 나서면서 1조 원이 넘는 입찰가를 써낼 수 있게 됐다.
롯데그룹은 최근 올해 7조5천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지난해보다 32%나 늘어난 규모다.
신동빈 회장은 정책본부 주요 임원회의에서 “경영환경이 좋지 않아도 미래를 위한 투자를 아끼면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인수도 롯데그룹이 밝힌 대규모 투자계획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롯데그룹은 KT렌탈 인수가 성사되면 롯데쇼핑과 롯데카드, 롯데관광과 롯데호텔 등 계열사들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롯데그룹이 이른바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매각 전에 전문가들이 추산한 KT렌탈의 적정가격은 6천억 원 정도였다.
KT-MBK파트너스 컨소시엄이 5년 전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부터 KT렌탈을 인수할 당시 인수가는 3천억 원이었다. 5년 사이 3배나 오른 셈이다.
롯데그룹이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KT렌탈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KT렌탈 임직원은 일단 재무적투자자(FI)가 선정되지 않은 데 대해 안도하고 있다. 하지만 롯데그룹이 높은 가격으로 인수한 만큼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매각주간사 크레디트스위스는 이날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한 데 이어 3~4개월 안에 실사를 거쳐 주식매매계약을 맺는다.
롯데그룹은 2012년 하이마트를 인수한 지 3년여 만에 인수가격이 1조 원이 넘는 대형 매물을 품에 안게 됐다.
◆ 체면 구긴 SK네트웍스, 최태원 부재에 '한숨'
SK그룹은 이번 인수실패로 단단히 체면을 구겼다. 신동빈 회장의 통큰 지원과 대비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부재가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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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 |
SK그룹은 최근 KT렌탈의 가격이 1조 원 이상으로 올라갈 것으로 보이자 2차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SK네트웍스가 실제 인수전에서 발을 뺐을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SK네트웍스가 유력 인수후보로 꼽혀온 만큼 불참의사를 미리 밝혀 가격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했던 것으로 본다.
SK네트웍스는 그동안 KT렌탈 인수 뒤 가장 큰 시너지를 누릴 것으로 예상됐던 곳이다. 이미 렌터카사업을 하고 있는 데다 최근 자동차 관련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SK네트웍스는 이미 SK주유소나 자동차정비업체 ‘스피드메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매각이 본격화하기 전부터 내부적으로 인수검토를 마치고 자금 마련에 나서는 등 철저히 준비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조현식, 한국타이어 사업구조 개편 추진에 타격
한국타이어는 타이어부문에 치우친 사업구조를 개편하기 위해 KT렌탈 인수전에 나섰으나 고배를 마셨다. 특히 이번 인수 실패는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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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 |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한라비스테온공조를 인수하면서 자동차부품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한국타이어는 KT렌탈 인수전에도 참여하면서 타이어 사업과 시너지를 노렸다.
하지만 한국타이어가 두 건의 인수합병을 동시에 진행할 여력이 있는지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 한국타이어는 자금조달에 문제가 없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조현식 사장은 1차 본입찰에 참가하기 전 임직원에게 “무슨 일이 있더라도 KT렌탈을 꼭 인수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인수의지도 강하게 내비쳤다.
조 사장은 아버지 조양래 한국타이어그룹 회장이 KT렌탈 인수에 대해 부정적 의사를 밝힌 뒤에도 직접 설득에 나서 이사회를 소집해 인수전 참여를 이끌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부터 성장세가 주춤하다. 한국타이어는 타이어사업만으로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돌파구를 찾기 위해 인수합병시장의 문을 적극적으로 두드리고 있다.
한국타이어 안팎에서도 사업구조 재편에 대한 요구가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