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이 과중한 차입금 부담을 덜어내기 위해 두산엔진과 두산밥캣 지분 매각, 인력 구조조정 등 여러 자구안을 시도했지만 재무구조 개선이 쉽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을 막기 위해 새로운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는데 이자비용 부담이 계속 커지는 등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20일 회사채 500억 원을 발행했다. 9월21일로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 다시 돈을 빌려온 셈이다.
두산중공업이 점점 더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기 때문에 이자 부담은 더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새로 발행하는 회사채(만기 2년)는 4.889% 금리로 발행됐다.
이번에 조달한 자금으로 상환되는 기존 차입금은 발행금리가 3.6%로 3개월물로 발행했던 초단기 사채인 만큼 새로 발행하는 2년물짜리 회사채와 같은 선상에서 비교가 어렵다.
하지만 최근 발행되는 다른 회사들의 회사채 실적을 놓고 보면 두산중공업의 발행금리가 높은 편에 속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산중공업과 딱 맞는 동종업종을 찾기 어렵지만 9월에만 들어 한화건설의 2년물 회사채는 3.819%로 발행됐고 포스코대우는 2.216%로, 롯데건설은 2.968%로 발행됐다.
두산중공업은 5월에도 만기가 임박한 회사채 상환을 위해 1천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이 때 역시 상환되는 기존 회사채보다 새로 발행하는 회사채의 발행금리가 더 높게 책정됐다. 새 회사채의 발행금리는 1년물과 2년물 각각 4.5%, 5.1%로 결정됐다.
당시 5월과 6월에 만기를 앞둔 회사채 3200억 원 가운데 21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들은 발행금리가 3%대였고 300억 원가량의 회사채의 발행금리는 4%대였다.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들을 발행했을 당시에는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이 A-급이었지만 지난해 말부터 한국신용평가와 NICE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모두가 두산중공업 신용등급을 BBB급으로 강등함에 따라 두산중공업이 예전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회사채를 발행할 수 없는 것이다.
신용평가사들은 두산중공업의 차입금 규모가 과도한 수준이라며 신용등급을 좋지 않게 보고 이 영향으로 두산중공업은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는 셈이다.
두산중공업은 상반기 말 기준 부채비율이 165.21%로 집계됐는데 지난해 말(162.86%)보다 2.35%포인트 더 높아졌다.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가 정상화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3월에는 두산엔진을, 8월 말에는 두산밥캣 지분까지 매각하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차입금 만기 도래에 결국 또 다시 차입금을 빌리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자회사나 관계회사를 매각하면서 얻은 자금을 고스란히 차입금을 갚는 데 써도 턱 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연결기준으로 상반기 금융부채가 15조924억 원으로 집계됐는데 두산엔진 매각대금은 822억 원, 두산밥캣 매각자금은 3681억 원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은 이번 추석연휴에 직원들의 상여금도 지급하지 않는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허리띠 졸라매고 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해 답답할 것”이라며 “실적이 향상돼야 빚을 갚을 여력이 늘어나지만 업황 침체로 그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