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부재 속에서 원로들로 비상경영위원회를 꾸린 뒤 최금암
(54)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장(부사장)이 자리잡고 있다
. 최 실장은 비상경영위원회에서 유일한
50대다
. 직급으로 따지면 서열이 뒤지지만 한화그룹 내부에서 사실상
‘2인자
’로 알려져 있다
. 그는 김 회장의 장남 김동관
(31) 실장으로 경영권을 넘기는 과정에서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
|
|
|
▲ 최금암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장 |
최 실장은 비상경영위원회 실무총괄위원을 담당한다
. 경영기획실은 그룹의 가장 큰 그림을 그리는 핵심부서로 김 회장의 뜻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곳이기도 하다
. 김 실장은
2011년 최연소의 나이로 경영기획실장에 올라 주목을 받았다
.
최 실장은
2011년
2월 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당시 금춘수 경영기획실장과 바톤 터치를 한 이후부터 한화그룹의 전체 살림을 맡고 있다
.
금 전 실장은
2010년 한화그룹 비자금 수사 관련해 핵심실세로 지목되어 온갖 고초를 겪었다
. 고문으로 잠시 물러났다가
3개월만에 다시 한화그룹의 중국사업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으며 복귀하기도 했다. 김승연 회장의 의리가 다시 한번 확인된 인사라는 얘기가 나왔다
.
최 실장은 서울 관악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1983년 한화케미칼의 전신인 한화석유화학에 입사했다
. 1998년 그룹조정본부로 자리를 옮겨 구조조정위원회 감사팀
, 인사팀 상무보를 거쳐
2005년 구조조정본부 기획팀 상무로 승진했다
. 그뒤 계열사인 한화석유화학으로 옮겨
2009년 전무로 승진했다
.
최 실장은
2012년 김 회장이 구속된 이후부터 김 회장의
‘옥중 경영
’을 최전방에서 보좌했다
. 그룹 차원의 중요 사안에 대해 최 실장이 김 회장을 직접 면회한 뒤 사장과 부회장단에게 설명하고 최종결정을 하는 중책을 맡았다
.
김 회장이 최 실장을 얼마나 믿고 의지하는지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 2012년
8월 공덕동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 김 회장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죄로 징역
4년
, 벌금
51억 원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어 남부구치소로 떠난 뒤에도 최 실장은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켰다
. 최 실장은 김 회장이 법원을 떠날 때까지 그룹 주요 관계자들과 앞으로 경영현안을 놓고 얘기를 나누었다
. 김 회장 부재라는 상황에 대한 향후 조처를 김 회장을 대신해 최 실장이
‘지시
’한 것이다
.
최 실장은 당시 김 회장 법정 구속 관련해 사내 게시판에서
“한 치의 동요 없이 그룹 및 각 사의 미래성장 전략을 계획대로 추진해 나가겠다
”고 강조했다
.
김 실장은 그말을 그대로 실천했다
. 최 실장은 아침 회의시간을
8시에서
7시로 앞당겨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 경영기획실 전체가 야근을 당연시하는 분위기를 주도했다
. 최 실장 주재 아래 매일 아침 두차례 회의가 열렸다
. 오전
7시 그룹 전반의 현안을 점검하고
, 이어
8시 주요 계열사 사장단이 돌아가면서 비상상황에 대해 경영기획실과 의견을 교환하는 회의를 했다는 것이다
.
특히 이 자리에서 김 회장의 아들 김동관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도 참석했다
. 김 회장의 공백 상황에서 김 실장이 그룹 전체의 현황을 파악하며 경영승계에 대비하도록 하는 데 최 실장이 그만큼 노력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
애초
2011년 최 실장이 경영기획실장이 될 때부터 김 회장의 장남 김 실장의 승계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 특히 김 회장은 비상경영위원회 원로들의 연령대가
60~70대인 점을 감안해 상대적으로 젊은 최 실장으로 하여금 김 실장의 버팀목 역할을 하도록 구상했을 수도 있다
. 특히 경영기획실장의 임무 중 하나가 한화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인 태양광 사업을 제대로 키우는 것이고
, 김 실장이 태양광 사업에 대해 아버지 김 회장을 대신해 전력투구하고 있는 점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
김 회장은
29세 최연소 나이로 한화그룹 총수에 올랐다
. 때문에 누구보다 주변에
‘자기 사람
’이 없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 이를 감안해 아들 김 실장을 위해 최 실장을 곁에 붙여줬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 한화그룹의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은 최 실장은 김 실장과 원로들의 가교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했다
”고 말했다
. 최 실장 힘의 원천은 바로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