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유업 김정완 회장(58)이 아들 경영수업을 남다르게 해 화제다. 매일유업 계열사가 아닌 다른 회사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도록 했다. 그 아들은 매일유업 계열사 주식을 120억 원어치나 보유하고 있는 ‘청년 갑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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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 |
김 회장의 장남 김오영(29)씨가 최근 신세계백화점에 입사했다. 지난해 이 백화점의 인턴사원으로 합격해 6개월 동안 인턴 근무를 마치고 신입사원으로 발령받았다. 인턴 기간을 생략하거나 바로 직함을 다는 등의 특혜는 없었다.
기업 오너 3세가 계열사에 평사원으로 입사하는 일은 종종 있지만 다른 회사에서 근무를 시작하는 것은 상당히 드문 경우다. 김오영씨의 누나인 김윤지씨의 경우 재작년에 계열사인 '제로투세븐'(0to7)에 입사해 일을 하고 있다.
김 회장 측근들은 이에 대해 매일유업에서 첫 경영수업을 시작한 김 회장의 경험에서 이런 선택이 나왔다는 견해를 내놓는다. 당시 김 회장은 주위의 불편한 시선을 받았다고 한다. 오너 아들과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직원이 몇이나 될까를 생각하면 수긍이 간다.
김 회장이 신세계그룹과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어 아들을 맡겼다는 얘기도 나온다. 어차피 매일유업은 유통회사를 거치지 않고 매출을 올릴 수 없다. 때문에 아들에게 유통 쪽에서 미리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신세계와 매일유업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2009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1층에 들어선 '폴바셋' 1호점이다. 매일유업의 커피전문점인 폴바셋의 개점을 위해 신세계는 계열사인 스타벅스를 5층으로 올려 보내기도 했다.
또 지난해 8월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매일유업의 외식브랜드 '크리스탈 제이드' 매장을 열었다. 이 밖에도 매일유업의 자회사로 와인을 수입해 판매하는 ‘레뱅드매일’도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를 합쳐 총 15곳 입점해 있다. 반면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에 총 6곳 입점해 있다.
김 회장이 다른 기업 회장들과 다른 방식으로 아들 경영수업을 시키고 있지만 경영권 승계를 위해 미리 아들에게 지분을 넘겨주는 방법은 비슷하다. 아들 김오영씨는 매일유업 자회사 제로투세븐의 주식을 128억 원어치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은 2007년 당시 22살이었던 아들에게 매일유업의 유아복 계열사인 제로투세븐의 지분 15.4%를 증여했다. 당시 이 회사는 비상장사였기 때문에 주가는 주당 5000원으로 계산해 약 6억6천만 원이었다. 김 회장은 이 금액에 대한 증여세만 냈다.
제로투세븐이 지난해 상장하면서 아들 김오영씨는 주식 분할 등을 거쳐 현재 11.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1일을 기준으로 보유 주식의 전체 금액은 128억 원이다.
제로투세븐의 주요 주주는 매일유업(37%), 김정민 제로투세븐 회장(12%), 김정완 회장의 아들 김오영(11.4%) 등이다. 그러나 김오영씨는 매일유업의 지분은 전혀 없다. 매일유업의 대주주는 김정완 회장(15.4%), 김정민 제로투세븐 회장(6.9%), 김 회장의 어머니(5.9%)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김정민 제로투세븐 회장은 김 회장의 동생이다. 그는 최근 매일유업의 사내이사로 선임돼 형과 함께 매일유업 경영에 참가한다. 업계는 앞으로 김오영씨의 제로투세븐 지분과 김정민 회장이 보유한 매일유업 지분을 맞교환해 김오영씨가 매일유업의 경영권을 승계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점친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11월 김선희 부사장을 사장으로 임명했는데 김 사장은 김정완 회장의 사촌동생이다. 매일유업의 가족경영이 강화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