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아들이자 후계자인 구광모 LG 상무가 LG상사가 인수한 범한판토스 지분을 확보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LG그룹이 범한판토스의 몸집을 키워 구 회장이 보유한 LG 지분을 상속받는 과정에서 구 상무가 범한판토스의 지분을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LG그룹은 이런 관측을 강력히 부인한다. 구 상무가 확보한 범한판토스 지분의 규모가 너무 적은 상황에서 승계 자금줄로 삼는다는 관측은 무리한 시각이라고 본다.
범한판토스를 인수한 LG상사의 주가는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 범한판토스, LG그룹 경영권 승계에 활용될까
3일 업계에 따르면 범한판토스가 LG그룹 후계자인 구광모 LG 상무의 경영승계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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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광모 LG 상무 |
두 연구원은 “구광모 상무를 비롯한 LG그룹 우호주주가 범한판토스의 지분 31.1%를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것이 사실이라면 후계자가 직접 소유한 의미있는 물류회사란 점에서 H그룹의 G사와 유사하게 비교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범한판토스는 LG그룹의 물류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범한판토스가 LG그룹에서 얻는 매출 비중은 60% 정도다. LG상사에 인수되면 현대기아차그룹의 현대글로비스 수준인 70%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LG상사의 총수일가 지분율이 30% 이하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LG상사는 지난해 9월을 기준으로 한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이달부터 시행되는 공정거래법상 과징금 대상인 30%에 못 미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이달부터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의 총수 일가가 상장계열사 지분 30% 또는 비상장계열사 지분 20%를 보유한 상태에서 200억 원 이상의 일감몰아주기를 하면 총 매출의 5% 이내에서 과징금이 부과된다.
이 때문에 LG그룹이 범한판토스의 몸집을 키우고 범한판토스의 기업공개(IPO)를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범한판토스 주식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6촌 동생인 구본호 부사장과 그의 모친 조원희 회장이 97%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지난달 20일 LG상사가 지분 51%를 인수하기로 했다.
LG상사가 인수할 물량을 제외한 나머지 지분 46% 가운데 31.1%를 구광모 상무(7%)와 LG가의 우호 주주들이 사들이기로 했다.
LG그룹의 관계자는 “경영권 승계에 활용하려면 기업공개를 해야 하나 상장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구광모 상무가 사들인 범한판토스 지분 7% 가량은 400억 원대에 불과하다"며 "범한판토스는 승계를 위한 목적으로 활용할 만 한 회사가 아니다"고 말했다.
◆ 구광모, 올해 승계작업 시동거나
구광모 상무는 지난해 말 임원인사에서 그룹의 지주사인 LG 부장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구본무 회장의 대를 이을 경영권 승계작업이 시작된 것으로 본다.
구 상무는 최근 들어 지주사 LG의 지배력도 꾸준히 키우고 있다.
구 상무는 최근 친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으로부터 LG 지분을 넘겨 받았다. 그 결과 구 상무의 LG 지분은 4.75%에서 5.94%로 늘었다.
구 상무가 앞으로 양부인 구본무 회장의 지분(11%)을 상속받게 되면 LG 지분을 15% 이상 보유해 LG그룹에 대한 안정적 지배력을 확보하게 된다.
LG그룹 지주사인 LG의 최대주주는 구본무 회장이다. 그다음이 구본준 LG전자 부회장(7.72%)이다. 구 상무는 LG상사 지분 2.11%도 보유하고 있다.
구 상무는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 공대와 스탠퍼드대 경영학석사(MBA)를 마치고 2009년 LG전자 뉴저지 법인에서 일했다. 2013년 귀국한 뒤 LG전자 상품기획 부서에서 현장경험을 쌓았다.
그는 지난해 4월부터 LG 시너지팀으로 옮겨 계열사들을 전반적으로 살피는 업무를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LG 상무로 승진해 입사한 지 8년 만에 임원을 달았다.
◆ 범한판토스 품은 LG상사, 주가 오름세
LG상사 주가는 3일 3만7700원으로 전일보다 2.45% 오르며 장을 마감했다. LG상사 주가는 장중 한때 3만8100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갱신했다.
LG상사는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28% 이상 올랐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LG상사의 목표주가를 속속 상향조정하며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증권 전문가들은 범한판토스 인수효과가 올해 2분기께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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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치호 LG상사 대표 |
류제현 KDB대우증권 연구원도 “범한판토스 인수를 통해 장기적으로 LG상사의 수익이 30~50%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LG상사는 지난해 4분기 실적도 크게 개선됐다. 비철 등의 시황이 좋아져 원자재사업부문 실적이 오른 덕분이다.
LG상사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464억 원을 올렸다. 이는 직전분기보다 33.1% 증가한 것이다. 매출은 4분기에 2조8202억 원 올려 직전분기보다 2.7% 줄었다.
LG상사 관계자는 “거래선이 확대돼 석탄 트레이닝 수익이 증가했다”며 “팜오일 사업도 본궤도에 올라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LG상사는 국민연금이 지분 12.5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LG상사의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7.88%인데 이 가운데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지분(3.01%)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