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대한항공)858기 폭파사건 희생자 유족들이 주범으로 알려진 김현희씨를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했다.
KAL858기 희생자 가족회와 진상규명 대책본부는 23일 오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방문해 김현희씨를 두고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의 고소장을 제출했다.
가족회와 대책본부는 “김현희씨는 거짓 발언으로 고소인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허위사실로 희생자 가족들 사이의 유대 강화 및 진상 규명 활동을 방해했다”고 밝혔다.
고소장에 따르면 김현희씨는 1월 조갑제닷컴과의 인터뷰에서 “KAL858기 진상규명 대책본부는 친북성향 단체이자 민족반역자들”로 규정했으며 진상 규명 활동을 두고 “북한을 옹호하고 면죄부를 주려는 행위”라고 말했다.
김현희씨는 2014년 한 종편 방송에서 “사건을 뒤집으려는 가짜 공작을 노무현 정부가 주도적으로 했다”며 “국가기관이 방송사와 대책위원회를 총동원했다. 청와대, 국정원, 경찰이 다 함께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씨는 2008년에는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상임대표에게 공개서신을 보내 “KAL기 사건 가족회는 몇 명의 유족과 국정원 과거사위 조사관 등이 조작 의혹 제기를 위해 구성한 조직으로 순수 유족회와는 다르다”며 유족들을 비난했다.
김씨는 공개적 활동을 하면서도 유족들의 면담 요구를 거절해 논란을 키웠다.
고소인 중 한 명인 신성국 진상규명 대책본부 총괄팀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번 고소는 김현희를 제대로 된 검찰과 법정에 다시 세우기 위한 것”이라며 “김현희씨는 더 숨지 말고 국민 앞에 스스로 나와 진상 규명을 공론의 장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KAL858기 폭파사건은 1987년 11월29일 이라크에서 서울로 오던 KAL858기가 인도양 상공에서 사라진 사건이다.
당시 국가안전기획부는 이를 북한의 공중폭파 테러로 발표하고 제13대 대선 전날(1987년 12월15일) 폭파범으로 지목한 김현희씨를 입국시켜 조사했다.
그는 수사 결과 테러의 진범으로 확정돼 1990년 사형 선고를 받았으나 같은 해 사면된 뒤 전 안기부 직원과 결혼하는 등 평범한 삶을 살아왔다. 참여정부 시절 재조사가 이루어졌으나 북한의 공중폭파 테러행위로 다시 결론이 났다.
유족들은 희생자 가족회를 만들어 “김현희씨의 진술 외에 정부 당국의 수사발표를 뒷받침할 물증이 없다”며 “폭발은커녕 폭발물의 존재를 밝힐 물증도, 사고 지점의 확증도, 비행기 잔해도 어느 하나 입증되지 않았다”고 수사 결과에 반발했다.
김현희씨의 자백에 의문을 지닌 시민활동가, 변호사, 종교인 등도 2001년 진상규명 대책본부를 만들어 가족회와 함께 진상규명을 요구해왔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