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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금호산업 인수전이 개막됐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그룹 재건을 위해 금호산업 인수가 반드시 필요하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의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금호산업 주가가 오르거나 인수전이 흥행해 인수가격이 높게 정해질 경우 박 회장의 부담이 커지게 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호반건설의 참여를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언급된 삼성그룹도 다시 거론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호산업 채권단은 최근 국내 주요 대기업과 재무적 투자자에게 투자안내서를 발송했다.
금호산업 채권단은 이달 말까지 정식 매각공고를 내고 늦어도 연말까지는 협상을 마무리 짓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 박삼구, 금호산업 꼭 필요
박삼구 회장은 금호산업을 꼭 되찾아야 한다.
금호산업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사로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데다 아시아나항공 지분도 30.1%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금호산업을 인수할 경우 아시아나항공까지 품에 안을 수 있게 된다.
박삼구 회장은 금호산업 지분 ‘50%+1주’에 대해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어 유리한 입장에 놓여있다. 우선매수청구권은 제3자에게 매도하기 전에 같은 조건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즉 형성된 가격으로 가장 먼저 살 수 있는 권리다. 형성된 가격에 사지 못할 경우 제3자한테 넘어가게 된다.
박삼구 회장과 박 회장의 아들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은 금호산업 지분 10.4%를 보유하고 있다.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의 40%가량만 인수해도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채권단은 보유 중인 금호산업 지분 57.5%를 통째로 매각한다는 방침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입한 돈을 최대한 회수하기 위해 지분을 통째로 매각하겠다는 것이다.
◆ 금호산업 주가 상승, 박삼구에게 부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그룹 차원에서 박 회장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물밑작업에 들어갔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 대표 등 주요 경영진은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보유하고 있던 금호산업의 주식을 잇달아 매각했다. 최근까지 이들이 이 판 주식은 모두 6만1천 주에 이른다.
그룹 임원진이 2달 사이에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한꺼번에 매각한 이유는 박삼구 회장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다. 그룹 임원이 주식을 매도하면 시장에서 부정적 신호로 인식돼 주가가 하락하기 때문이다.
금호산업의 주가는 지난해 10월 1만900원으로 저가를 찍은 후부터 꾸준히 올랐다. 특히 워크아웃 졸업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호반건설이 11월 중순 금호산업의 주식 204만8천 주(6.16%)를 사들이자 급등했다.
금호산업 주가는 19일 2만19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19일 금호산업 종가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할 경우 채권단이 보유한 금호산업 지분 57.5%의 지분가치는 4150억 원 정도다.
여기에 경영권과 아시아나항공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지분가격은 6천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최대 1조 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호산업 인수전이 흥행해 몸값이 올라가는 경우도 박 회장에게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 박삼구, 자금 마련 어떻게 하나
전문가들은 박 회장이 자력으로 금호산업을 인수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박 회장은 현재 사재를 동원할 여력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2011년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과 함께 보유 중이던 금호석유화학 주식 전량을 매도해 4천억 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하지만 세금을 제외한 3500억 원의 대부분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유상증자 자금으로 썼다.
이 때문에 재무적 투자자를 모집해 컨소시엄 형태로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재무적 투자자 동원도 쉽지 않아 보인다. 박 회장이 과거 대우건설을 인수한 뒤 매각하는 과정에서 투자자의 신뢰를 잃은 데다 금호고속을 놓고 사모펀드와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금호고속 지분을 보유한 IBK-케이스톤 사모펀드는 금호고속 매각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김성산 전 금호고속 사장을 해임했다. 당시 IBK-케이스톤은 박 회장이 금호고속 지분가치를 낮춰 인수 부담을 줄이고자 매각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이 금호산업 입찰에서 탈락한 2위 사업자와 손을 잡고 금호산업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이 경우 박 회장은 독자적 경영권을 행사하기 어려워진다.
◆ 누가 노리나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부터 금호산업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한 호반건설에 주목하고 있다.
호반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금호산업 지분율은 6.16%로 박삼구 회장의 5.3%, 박세창 부사장의 5.1%보다 높다. 호반건설은 그동안 지분 매입에 대해 단순 투자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미 단순 투자 단계는 지났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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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
호반건설이 금호산업의 주가가 오르면서 충분한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는 데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직접 인수에 뛰어들거나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호반건설의 현금 동원능력은 3천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적 투자자들과 손을 잡고 금호산업을 인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각에서 삼성그룹도 언급되고 있다. 삼성그룹이 아시아나항공에 관심이 있다는 이야기는 2010년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에 돌입한 후부터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하지만 상대방의 핵심사업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는 데다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계열사를 가지고 있는 삼성그룹이 항공사업에 뛰어들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롯데그룹이나 신세계그룹 등 유통업을 중심으로 삼는 그룹에서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관심 때문에 금호산업 인수에 참여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그러나 이들 기업들은 모두 부인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의 역할도 주목받는다. 금호석유화학은 최근 금호산업이 낸 주식매각청구소송에서 승소하면서 아시아나항공 2대주주 자격을 유지하게 됐다.
금호석유화학은 아시아나항공 지분의 12%를 보유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이 금호산업 인수전에서 박삼구 회장과 경쟁하는 쪽에 힘을 실어주거나 공동인수를 추진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박찬구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전에 직적접으로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삼구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예상보다 금호산업에 눈독을 들이는 기업이 많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