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기로 하면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 문제와 경제성장률 등 한국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기준금리를 올리기 이르지만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 확대와 신흥국 금융불안 확대 등으로 금리 인상 압박은 커지고 있다.
미국 연준이 14일 기준금리를 연 1.5~1.75%에서 연 1.75~2%로 0.25%포인트 높이면서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는 0.25%포인트에서 0.50%포인트로 더욱 벌어졌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지난해 11월부터 연 1.5%에 머무르고 있다.
미국 연준은 올해 기준금리 인상 횟수도 3차례에서 4차례로 늘릴 가능성을 내비쳤다. 올해 연말 기준금리가 2.25~2.50%에 도달할 수도 있다.
이 총재는 “시장은 연준의 선택을 매파적으로 보고 있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는 아니다”며 “1~2번 금리 인상으로 자본 유출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국과 미국 금리 역전에 따른 자본 유출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연준이 올해 금리를 2차례 더 올리는 동안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제자리에 머무르면 연말까지 한국과 미국 금리 차이는 1.00%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된다.
아직까지는 큰 자본 유출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금리 격차가 벌어질수록 앞으로도 국내에서 자금이 유출되지 않을 것으로 자신하기는 어렵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 인상 스케쥴이 빨라진 만큼 한국과 미국 금리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7월 금리 인상 기대감이 높아질 수 있는 시기”라고 파악했다.
최근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멕시코 등 신흥국 금융 불안과 맞물리면서 자본 유출 압박이 더욱 커질 수도 있다.
미국 금리가 오르고 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 신흥국에서 자금이 빠져나가 신흥국 부채 부담이 커진다.
아르헨티나는 이미 5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고 브라질 헤알화와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등의 가치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 불거졌던 ‘긴축 발작(테이퍼 탠트럼)’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까닭이다. 테이퍼 탠트럼이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013년 양적완화 축소를 시사한 뒤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떨어지고 증시가 급락했던 현상을 말한다.
신흥국 금융 불안이 확대되면 국내 금융시장도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한국은행도 금리 인상 시점을 앞당겨 선제적으로 대응해야한다는 말도 나온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신흥국 자본유출 국면에서 국내 외국인 자금 이탈도 반복적으로 나타났다”며 “하반기 한 차례 금리 인상 전망을 유지하지만 신흥국의 자본 유출 추세가 심화되면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압력도 커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다만 가계부채 문제와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금리 인상을 선택하기 쉽지 않다.
가계부채 규모는 3월 말 기준 1468억 원으로 금리가 오르면 상환 부담이 커져 부실대출이 급증할 위험이 있다.
3월 신규 취업자 수가 3개월 연속 10만 명대에 머무르며 고용 부진이 지속되고 있고 물가 상승률도 한국은행 목표치(2%)에 못 미치고 있다.
이 총재는 “최근 신흥국 금융 불안이 어떻게 되는지 지켜봐야할 것”이라며 “상황이 가변적이어서 금융통화위원들과 계속 협의해보겠다”는 원론적 답변만 내놨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