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감정을 인식하는 인공지능 로봇 판매에 들어간다.
인공지능 로봇은 2010년 손정의 회장이 발표한 ‘소프트뱅크의 새로운 30년 비전’에서 출발한다.
손 회장은 인류를 행복하게 하고 싶다는 소프트뱅크의 비전을 인공지능 로봇에 담았다. 손 회장은 개인적으로 “만화영화의 로봇 주인공인 아톰이 눈물을 흘리지 않은 게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페퍼’라고 이름붙인 이 로봇을 PC보다 약간 비싼 200만 원 정도에 판다. 손 회장은 페퍼가 기업뿐 아니라 일반가정에서도 사가기를 바란다. 페퍼가 일반가정에서 애완동물처럼 되기를 희망한다.
손 회장은 또 한번 박리다매 전략을 노린다. 많이 판 뒤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영국의 미래학자 제임스 벨리니 박사는 올해 떠오를 3대 기술로 3D프린터, 스마트홈과 함께 ‘가정용 로봇’을 꼽았다.
◆ 손정의는 왜 감정인식 로봇을 내놓았나
손정의 회장이 소프트뱅크에서 만든 감정인식 로봇 ‘페퍼’를 2월부터 우리돈으로 200만 원 정도에 내놓으며 판매에 들어간다.
손 회장이 감정인식 로봇을 만들려는 이유는 단순하다. 감정인식 로봇이 손 회장을 개인적으로 행복하게 하기 때문이다.
손 회장은 페퍼를 공개하면서 “25년 동안 이날을 기다려왔다”며 “어릴 적 즐겨 봤던 눈물없는 아톰이 안타까워 감정인식 로봇을 착안했다”고 말했다. 아톰은 만화영화 주인공인 로봇이다.
소프트뱅크는 ‘인류를 행복하게 한다’는 말을 비전으로 삼는다. 손 회장은 감정인식 로봇이 이런 소프트뱅크의 비전과 딱 맞는다고 생각한다.
손 회장은 또 인간적으로 반응하는 로봇이 사업성도 매우 높다고 본다. 손 회장은 “일본인은 인간처럼 행동하는 로봇에 애착이 많은 편”이라며 “사람들은 인간을 닮은 로봇에 가장 쉽게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이 지난해 6월 선보인 감정인식 로봇 페퍼는 학습한 감정을 클라우드를 통해 공유한 뒤 더욱 발전시킬 수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 덕분에 복잡한 감정을 시간이 흐를수록 정교하게 표현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가령 페퍼가 춤추는 모습을 보고 아이가 기뻐한다면 페퍼는 이후 더 자주 춤을 추게 된다. 페퍼는 이렇게 상대방의 표정을 읽어내는 능력도 갖췄다.
페퍼가 처음 선보일 때 손 회장이 어색하게 웃어보이자 “눈이 웃지 않아 가짜로 웃는 것”이라고 했다. 손 회장이 크게 웃어보이자 페퍼는 “그게 진짜 웃음”이라고 말했다.
|
|
|
▲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감정인식 로봇 '페퍼' |
◆ 감정인식 로봇은 어디에 쓰일까
손 회장이 내놓은 감정인식 로봇은 기업에서 상업적으로 활용된다.
네슬레는 일본의 네스카페 커피머신 매장에 ‘페퍼’를 들여놓기로 했다. 네슬러는 올해 말까지 1천 개 매장에 페퍼를 배치한다.
페퍼는 커피머신 매장에서 가정용 커피머신을 고객들에게 설명해 준다. 고객들과 대화를 통해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고 최적의 상품을 제안한다.
네슬레 관계자는 “업계 최초로 고객 응대에 페퍼를 활용하기로 했다”며 “미래에 실현될 쇼핑 경험을 먼저 실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페퍼는 지난해 6월부터 선보인 뒤 일본 소프트뱅크의 매장 70여 곳에 먼저 도입됐다. 한 매장의 부점장은 "페퍼 덕분에 방문고객 수가 10~20% 늘었다"고 말했다.
페퍼는 고객에게 호기심을 불러 일으켜 매장으로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페퍼는 저렴한 가격 덕분에 이미 300여 기업들로부터 구입 문의를 받았다.
손 회장은 페퍼가 가정에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손 회장은 페퍼가 기업용과 가정용으로 절반 정도 비율로 판매되기를 바란다.
손 회장은 “페퍼를 PC와 비슷한 값으로 내놓은 것은 소비자들에게 애완동물처럼 친숙하게 다가가도록 하기 위해서”라며 “당장 이익을 낼 수 없지만 장기적으로 대량생산을 시작하면 이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페퍼가 가정용 로봇으로 많이 팔리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서도 수익을 확대할 수 있다.
손 회장은 이런 기대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영국의 미래학자 제임스 벨리니 박사는 최근 ‘미래의 홈’ 보고서를 통해 2015년에 떠오를 3대 기술로 3D프린터, 스마트홈과 함께 ‘가정용 로봇’을 꼽았다. 조사대상의 26% 이상이 가정용 인공지능 로봇을 올해 가장 기대되는 제품으로 꼽았다.
제임스 벨라니 박사는 “사람들은 3D프린터나 스마트 온도조절기와 같은 스마트기기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꼽기 시작했다”며 “2015년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인공지능 기술 발전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소프트뱅크의 비전과 일본의 고독사
손정의 회장은 2010년 ‘소프트뱅크의 새로운 30년 비전’을 발표하며 인공지능에 대한 꿈을 처음 제시했다.
손 회장은 당시 “과연 300년 전 사람들은 휴대전화, 인터넷, 비행기는 물론이고 인간의 평균수명이 70세로 늘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까”라고 반문했다. 손 회장은 이어 “3백년 뒤 미래에 생겨날 수밖에 없는 인공지능 로봇에 대비해 소프트뱅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던졌다.
손 회장은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이 갑자기 등장한 것처럼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의 뇌를 비웃게 될 날도 머지않아 올 것이라고 봤다.
손 회장은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 로봇을 인류에게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데 소프트뱅크가 기여해야 한다는 비전을 세웠다.
손 회장의 이런 비전은 일본정부의 계획과 맥을 같이한다. 일본정부는 2035년까지 로봇산업의 시장규모를 100조 원까지 키우려고 한다.
특히 손 회장이 내놓은 감정인식 로봇은 세계 1위 고령사회인 일본이 안고있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 노인들의 고독사는 심각한 사회문제다. 감정인식 로봇은 노인들을 돕는 도우미 역할을 비롯해 나홀로 가족에서 가족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손 회장이 “감정인식 로봇 페퍼가 애완동물처럼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
|
|
▲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오른쪽)이 지난해 6월 감정인식 로봇 '페퍼'를 처음으로 대중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
◆ 손정의 로봇사업의 미래는 장밋빛인가
손 회장은 바라는 일을 현실로 만드는 실행력을 지닌 인물로 꼽힌다. 손 회장은 “진실과 열의만 있다면 상상하는 것은 반드시 언젠가 이뤄진다”는 신념의 소유자다.
손 회장이 인공지능 로봇 사업에 뛰어든 것도 이런 성격이 바탕에 깔려있다.
문제는 인공지능 로봇 사업이 미래사업이기 때문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영컨설팅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에 따르면 미국 로봇 벤처기업은 2013년 1900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 이는 2년 전보다 3배가 늘어난 수치다.
미국 대기업인 아마존은 로봇을 만드는 키바시스템스를 인수하는 데만 8591억 원이라는 돈을 들였다. 구글은 인공지능사업을 위해 8개나 되는 회사를 사들이고 있다.
물론 손 회장은 알리바바의 미국 기업공개(IPO)를 통해 600억 달러에 가까운 재원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그만큼 사업을 넓힐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인공지능 로봇 사업은 앞으로 돈이 얼마나 투입될지, 그렇게 들어간 만큼 얼마나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손 회장은 미국에서 3위 통신회사인 스프린트를 인수했지만 4위 통신회사인 T모바일 인수에 실패해 미국 통신시장을 3강으로 재편하려는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일각에서 손 회장이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미래사업을 펼치려는 계획도 주춤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손 회장이 인공지능 로봇을 ‘박리다매’로 보급하려는 전략도 통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본다. 손 회장은 그동안 통신사업 등에서 ‘박리다매’ 방식으로 수익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손 회장이 인공지능 로봇이 장밋빛 미래를 점칠 때 청년기를 보냈기 때문에 사업의 미래를 너무 낙관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인간과 좀 더 깊은 상호작용이 가능한 인공지능 로봇이 나올 때 비로소 상업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